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세계그룹의 ‘현금 창출원’이자 주요 사업인 이마트의 ‘적자’ 사태에 직면해 있다.
국내 대형마트 대표주자 이마트가 처음으로 적자를 내는 상황까지 간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정용진 부회장은 어떤 부분에서 실책했고 지금 어떤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나.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박혜린 기자
곽: 이마트가 2019년 2분기 사상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대형마트 업계를 덮친 온라인시장의 습격을 이마트도 피해 가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정확하게 이마트의 적자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 이마트의 적자는 유통시장 환경 자체의 변화에 따른 부분이 큽니다. 국내 소비 트렌드 자체가 온라인 유통채널로 중심축을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곽: 그렇다면
정용진 부회장이 이런 시장의 변화를 잘 읽어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나요?
박: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미 10년 전부터 온라인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 대표이사로 경영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2010년부터 “온라인사업을 이마트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 것”이라며 “온라인시장에서 반드시 업계 1위에 오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실제로 이마트 임직원들에게 해외 e커머스 기업 ‘이베이’, 간편결제서비스 ‘페이팔’을 사용해볼 것을 주문했다고 알려졌고요.
하지만
정용진 부회장은 온라인사업은 오프라인사업의 보충적인 부수적 사업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정용진 부회장의 결정적 실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곽: 정 부회장이 말로는 온라인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지만 쿠팡이 소셜커머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로켓배송 등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으며 온라인시장에 사활을 걸 때 오프라인시장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거네요.
한 마디로 이마트가 너무 잘 나가다 보니 온라인사업에 ‘절실함’이 부족했다고 보는 거군요?
박: 그렇습니다. 게다가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체험형 전자제품매장 ‘일렉트로마트’, 만물잡화점 ‘삐에로쑈핑’, ‘노브랜드’ 등이 아직은 투자가 더 필요한 단계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곽: 결국 정 부회장은 유통시장 환경과 소비행태의 변화를 감지하고도 여전히 오프라인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체질을 버리지 못했고 ‘혁신’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마트의 ‘위기’가 찾아왔다는 분석이네요.
신세계그룹 온라인법인의 출격이 늦었던 점에 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3월 통합 온라인법인 에스에스지닷컴(SSG.COM)을 출범했습니다.
정 부회장이 온라인시장의 변화와 중요성을 몰랐던 것도 아닌데 이렇게 온라인사업 본격화가 늦어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박: 첫 번째로는 정 부회장이 온라인사업 강화를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던 국내 e커머스기업 인수가 불발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곽: 확실히 이마트가 이미 온라인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e커머스기업 인수에 성공했다면 온라인사업의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박: 그렇습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온라인사업 강화를 위해 11번가를 비롯한 국내 e커머스 기업 인수부터 아마존 알리바바 등 해외기업과 협업, 이마트몰-신세계몰과 완전히 다른 독자적 온라인쇼핑 플랫폼 구축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모색하고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곽:
정용진 부회장의 다양한 시도와 검토는 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형태와 유통시장의 중심축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온라인으로 옮겨갈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맞겠네요.
박: 네. 정 부회장이 유통시장의 변화 속도가 이토록 급격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 부회장 스스로도 올해 6월 이마트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고 말했습니다.
곽: 본인 스스로도 그와 같은 이야기를 했었네요. 국내 e커머스시장의 성장속도가 유통업계 안팎의 예상보다 훨씬 가파른 것 같습니다.
쿠팡, 마켓컬리 등 e커머스기업들이 혁신적 서비스를 들고나와 기존의 온라인 소매유통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대형마트가 강점을 보였던 신선식품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죠.
박: 그렇습니다. 이마트는 ‘확실한 우위’를 지켜왔던 신선식품 소매유통부문마저 온라인 유통채널과 본격적 경쟁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온라인 유통채널이 신선식품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트는 온라인사업 본격화가 늦어지면서 여전히 오프라인 매출비중이 80%에 이릅니다.
곽: 결국 정 부회장이 이마트의 온라인사업 강화를 위해 시도한 e커머스기업 인수는 실패했었고 온라인시장의 성장속도를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이마트는 선구자가 아니고 다른 e커머스 기업을 따라가는 후속, 후발기업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마트의 위기가 왜
정용진의 위기이고 그 무게감이 어느 정도인지, 정 부회장이 신세계그룹의 ‘현금 창출원’인 이마트의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