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가 기업 아워홈 오너일가인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과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아워홈 경영권 분쟁은 2016년 한차례 불거졌다가 잠잠했졌는데 다시 격렬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본성 부회장이 지배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관측이 나온다.
◆ 구지은, 언니 구명진과 손잡고 오빠 구본성 부회장 상대로 법적분쟁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2일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둘째딸인 구명진씨가 신청한 ‘아워홈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과 관련한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이사. |
구명진씨는 아워홈 3대 주주이자 기타비상무이사로 아워홈 경영활동이 투명하지 않다며 신임 감사 선임 안건을 내용으로 하는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장사인 아워홈은 구인회 LG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이 세운 회사로 2000년 LG그룹에서 분리됐다.
구 회장은 1남3녀를 두었는데 이들이 아워홈 지분 98.11%를 나눠 들고 있다. 아워홈 주주를 살펴보면 구본성(장남) 38.56%, 구미현(첫째 딸) 19.28%, 구명진(둘째딸) 19.60%,
구지은(셋째딸) 20.67% 등이다.
이번 구명진씨의 주총 소집 요구는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가 아워홈의 식자재 공급중단 금지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과 같은 시기에 제기되면서 구명진씨와
구지은 대표가 손잡고 구본성 부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구지은 대표와 구명진씨는 캘리스코 지분 46.0%와 35.5%를 보유한 1대주주와 2대주주다.
캘리스코는 2009년 아워홈의 외식사업부문에서 물적분할된 회사다. 필요한 식자재 유통시스템과 인사·회계 등 모든 전산시스템을 아워홈과 계약을 맺고 사용하고 있다.
만약 아워홈과 거래관계가 끊기면 캘리스코는 당분간 사실상 영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그런데 아워홈이 일방적으로 10월 중순에 모든 거래를 끊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 캘리스코의 주장이다.
반면 아워홈은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재계약 과정에서 두 회사 사이의 거래조건이 맞지 않아 거래조건 변경과 거래종결 등을 각각 제안했는데 캘리스코가 다른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아워홈은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공식적 대응을 자제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 ‘구본성 체제’에 반기든 구지은, 구자학 첫째 딸 구미현이 캐스팅보트
표면적으로는 각각 식자재 공급과 감사 선임을 둘러싼 갈등이지만 본질은 구본성 부회장과
구지은 대표의 경영권 분쟁 전초전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구지은 대표는 범LG가의 유일한 ‘여성 CEO’로 아워홈을 이끌며 차기 경영권에 가장 가까웠던 인물이지만 2016년 그동안 회사 밖에서 일하던 구본성 부회장이 아워홈으로 들어오면서 관계회사인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밀려났다.
당시 구자학 회장이 구본성 부회장에게는 아워홈을,
구지은 대표에게는 캘리스코를 물려주는 후계구도를 짰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아워홈이 구본성 대표의 아내와 아들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고 이사의 보수를 높이는 과정에
구지은 대표가 반대하면서 둘 사이의 갈등이 재점화된 것으로 보인다.
아워홈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구본성 부회장의 아내인 심윤보씨와 아들인 구재모(1994년 태어남)씨는 올해 8월1일 아워홈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돼 등기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에 상근하지는 않지만 사내이사와 마찬가지로 의결권은 동일하게 행사할 수 있다.
이사회에 구본성 부회장의 우군이 추가되면서 경영권이 더욱 다져진 것인데 2대주주와 3대주주들이 이를 견제하자 구본성 부회장이 반대로 이들을 압박하는 조치를 넣었다는 것이
구지은 대표측의 주장이다.
법원이 이번에 구명진씨와
구지은 대표의 신청에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이미 깊어진 양측의 갈등의 골이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으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 첫째 딸인 구미현씨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아워홈 지분상 구명진씨와
구지은 대표의 지분을 합치면 40.27%로 구본성 부회장(38.56%)보다 더 많아진다. 결국 19.28%를 보유하고 있는 구미현씨가 어느쪽 손을 들어주는지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
다만 구미현씨는 2017년 주주총회에서
구지은 대표가 신청한 이사 추가 선임건에서 아버지인 구자학 회장의 뜻에 따라 구본성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구지은 대표가 아워홈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지만 좌절된 것이다.
과거
구지은 대표가 아워홈을 이끌 때에는 아워홈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구미현씨는 올해 7월부터 아워홈 사내이사로 일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