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의 자율주행기업과 합작회사를 세우며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두고 다소 더딘 결정이 아니냐는 아쉬움도 남는다.

세계 완성차기업들과 IT기업들이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이미 다양하게 연합전선을 꾸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본격 뛰어든 자율주행차, 누가 개발경쟁에서 앞서 가나

▲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24일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 간담회에서 자율주행을 비롯한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설명했다. <연합뉴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합종연횡이 더욱 활발하다.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서로 부족한 점을 채우고 시너지를 내는 데 속도를 내는 것이다.

자율주행에는 자동차 제조 기술 뿐 아니라 인공지능, 통신, 카메라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 데 관련 기술을 한 두 개 회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율주행 동맹'은 주로 자동차기업과 IT기업 사이에 이뤄진다. 

완성차 개발능력을 갖춘 자동차기업과 자료 수집능력을 갖춘 IT기업이 역할 분담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완성차기업이 빅데이터 수집에 쓰일 차량을 공급하고 IT기업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의 모기업 말파벳과 피아트크라이슬러의 동맹이다.

자율주행차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자동차기업이 아닌데도 자율주행차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알파벳은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를 통해 자율주행 경쟁에 참전하고 있다. 웨이모는 2016년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자율주행 개발에 협력하기로 손을 잡았으며 2018년 미니밴 수 천대를 FCA로부터 추가로 사들이며 협력을 확대했다.

BMW는 중국 기술업체인 바이두가 주도하는 자율주행 플랫폼 연구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BMW는 올해 7월 다임러와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두 회사에 소속된 1200명의 엔지니어들이 팀을 구성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로 했다.

포드와 폴크스바겐도 7월 제휴를 맺고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에 공동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플랫폼 공유와 비용 절감에 중점을 두고 자동차기업끼리 손을 잡은 곳도 있다. 

토요타는 일본 자동차기업들을 불러 모았다. 토요타는 2018년 5월 소프트뱅크와 모빌리티 전문 조인트벤처 ‘모네 테크놀로지’를 세웠는데 지분투자 방식으로 일본 완성차기업 마즈다와 스즈키, 스바루, 이스즈, 다이하츠가 참여하고 있다.

토요타와 소프트뱅크는 또 올해 4월 차량공유기업 우버에 10억 달러(약 1조1950억 원)을 투자하며 연합관계를 맺었다.

GM은 다른 기업과 협력하는 대신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GM은 2016년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크루즈오토메이션을 5억 달러(약 5970억 원)에 사들였다. GM은 스타트업의 창의적 문화를 유지하며 올해 안으로 자율주행 개발 인력 1천여 명을 뽑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앱티브와 합작회사를 세운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소 늦었지만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자율주행 기업 앱티브를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자율주행 개발 경쟁에서 전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3일 공시를 통해 앱티브와 40억 달러 규모의 합작회사를 세운다고 밝혔다. 

앱티브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율주행 기술력을 갖춘 곳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내비건트리서치’는 2019년 자율주행 종합 기술 순위에서 구글의 웨이모, 제너럴모터스(GM)의 크루즈, 포드의 아르고 등에 이어 4위로 앱티브를 꼽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