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가 기존 병용투여법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이사는 이중항체 기술이 적용된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해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이중항체' 기술로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 높여

▲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이사.


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가 2016년에 세워진 신생회사임에도 불구하고 1조4천억 원 규모의 누적 기술수출에 성공했을 만큼 기술력이 입증된 바이오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기술만큼은 국내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이중항체란 서로 다른 두 개의 항원에 결합할 수 있는 항체단백질로 단일 항체보다 높은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에는 면역세포와 암세포에 동시에 작용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면서 면역세포의 살상능력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중항체 치료제는 현재 출시된 제품이 3개에 불과할 만큼 시장이 초기단계에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기술을 활용해 파킨슨병 치료제, 면역항암제, 항체약물복합체(ADC) 치료제 등 23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연구개발(R&D)하고 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이중항체 모형은 X자 형태로 두 개의 표적항원 결합단편이 서로 멀리 떨어져있어 다른 이중항체보다 효능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미 모두 5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우수한 기술력이 입증됐다”고 분석했다. 

이중항체 기술이 최근 부각되는 이유는 기존 항암제 병용요법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면역항암제나 표적항암제와 면역관문 억제제를 병용하는 요법은 최근 가장 많은 임상시험을 차지할 만큼 글로벌 추세다. 하지만 두 약물을 동시에 투여하는 만큼 비용부담이 크고 부작용도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중항체 기술을 활용하면 하나의 약물만 처방받아 치료비 부담은 물론 치료제의 독성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0년 1분기 위암을 적응증으로 이중항체 ‘ABL001’의 임상1b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재호 에이비엘바이오 전무는 8월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바이오인천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하나의 항체로 두 개 표적을 공략하기 때문에 종양에 제한적으로 작용하게 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며 “개발 측면에서도 하나의 항체를 개발해 개발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대표는 이중항체 기술을 적용한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개발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단독으로 신약을 개발하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될 뿐만 아니라 성공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반면 신약 연구개발 초기단계에 기술이전을 해 공동으로 개발하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패했을 때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기술수출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파이프라인을 확대, 구축하는 선순환구조도 만들 수 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설립 3년 만에 1조4천억 원의 기술수출과 23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대표의 이런 전략 덕분이다.

이 대표는 이중항체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를 예비독성 시험을 마친 뒤 2020년 기술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ABL301은 이중항체 기술로 뇌혈관장벽(BBB) 통과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른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실패로 뇌혈관장벽 투과율이 높은 뇌질환 치료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ABL301 기술수출은 순조로울 가능성이 크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술이전 추세를 살펴보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항암제와 중추신경정신과분야의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려는 노력이 나타난다”며 “항암제와 뇌질환 치료제 두 분야를 모두 연구개발하고 있는 에이비엘바이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