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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삼성 반도체사업 성장성 우려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4-17 15: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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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 반도체사업 성장성 우려  
▲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뉴시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하경영’을 강조하고 나섰다. 반도체사업의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선 모든 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삼성전자만의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해 시장선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권 부회장이 지난 15일 삼성전자 부품사업(DS) 부문 전체 임직원들에게 ‘마하경영’을 언급하며 또 한 번의 혁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17일 전했다.


권 부회장은 2분기 경영현황을 설명하는 메시지를 통해 “제트기가 초음속을 돌파하려면 엔진의 힘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안 된다”며 “재료공학과 기초물리 등 모든 소재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기술개발만으로 시장선점이 어렵다”며 “개발된 기술을 빠르게 상업화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이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비메모리사업의 부진을 지적했다. 권 부회장은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증가했지만 비메모리 반도체인 시스템LSI는 정체됐다”고 말했다. 시스템LSI는 데이터를 단순 저장하는 메모리와 달리 제품의 작동에 필요한 데이터 연산 기능을 담당한다. 휴대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디지털카메라의 이미지 센서 등이 대표적 시스템LSI이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이 오랫동안 세계 1위를 유지해오면서 자만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그동안 거둔 성과에 안주했던 것에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임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러면서 “메모리사업은 반도체산업의 극히 일부”라며 “삼성전자가 진정한 강자로 거듭나기 위해서 반도체 모든 부문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대표적 시스템LSI 부품인 모바일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 개발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권 부회장은 “차세대 기술인 14나노 공정을 향상시키고 고성능 AP 개발에 주력해 삼성이 시스템LSI에서도 강하다는 인식을 고객에게 심어주자”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마하경영 화두를 내세워 임직원들에게 당부 메시지를 전한 까닭은 반도체 사업이 위기라고 봤기 때문이다. 메모리사업에서 경쟁자들의 추격을 받고 있고 비메모리 사업에선 경쟁사를 쉽게 추격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삼성전자 부품사업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부품사업부는 현재 메모리사업과 비메모리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메모리사업부는 주로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을 담당하고 비메모리사업부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모바일 AP 등 시스템LSI를 담당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의 주력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AP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라는 독자적 모바일 AP를 생산하고 있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브랜드인 갤럭시 제품에 탑재된다.


권 부회장이 직접 시스템LSI 사업에 지시를 내린 까닭은 간판인 모바일 AP 사업이 좀체 경쟁사와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D램 등 메모리 분야에서 전통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AP 사업에서만큼 경쟁사에 밀려 한계에 부딪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사업 실적은 좋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모바일 AP의 출하량과 매출이 2012년에 비해 각각 13.9%와 0.7%씩 줄었다. 출하량을 기준으로 삼성전자 모바일 AP 사업 점유율은 6.3%를 기록해 전체 5위에 머물렀다. 매출액 기준에서도 점유율이 7.9%에 불과해 4위에 그쳤다.


업계는 삼성이 경쟁사들보다 늦게 통합칩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경쟁사인 퀄컴은 LTE 모뎀칩과 모바일 AP를 통합한 ‘스냅드래곤’을 무기로 독주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퀄컴은 지난해 출하량 점유율 34.8%와 매출액 점유율 53.6%를 기록했다.


중국기업 스프레드트럼(Spreadtrum)의 상승세도 무섭다. 스프레드트럼은 후발주자이지만 3G 모뎀칩을 통합한 저가 모바일 AP를 내세워 자국 시장을 공략했다. 스프레드트럼은 14.2%의 출하량 점유율을 기록해 삼성전자를 앞지르고 4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은 올해 1분기에도 실적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 전체 반도체사업이 이번 1분기에 매출 10조1560억 원과 영업이익 1조9640억 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좋은 실적이지만 시스템LSI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작다. 전문가들은 시스템LSI사업이 매출 3조 원에 영업이익 1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사업은 경쟁사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의 주요제품인 D램시장 점유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매출액 기준 2011년 42.2%였던 점유율은 지난해 36.2%로 떨어졌다. 여전히 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지만 경쟁업체들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됐다. 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는 지난해 D램 생산업계 평균 매출 성장률이 32.5%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매출 성장률은 17.2%에 머물렀다.


이 회장은 올해 경영 화두로 마하경영을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그룹을 견인하는 상황에서 주력사업인 스마트폰사업의 성장세 둔화가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삼성이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려면 신사업을 찾아야 하고 그러려면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에 삼성그룹은 지난달 임원들을 대상으로 마하경영 세미나를 했고 지난달 6일부터 사내 매체인 미디어삼성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마하 경영을 5부작 특집으로 내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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