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성장성이 밝은 동남아시아를 위주로 글로벌사업에서 ‘새 판’을 짜고 있다.
사실상 글로벌사업의 중심축이었던 중국사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동남아시아에서 사업규모를 더욱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2일 KEB하나은행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하나은행은 중국사업 규모를 줄이는 대신 동남아시아에 자본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최근 중국 경기가 미국과 무역분쟁의 여파로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하나은행의 중국사업도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상반기 중국 법인 순이익이 14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중국의 1분기와 2분기 경제성장률이 각각 6.4%, 6.2%로 낮아지면서 기업금융 수요가 줄어들자 하나은행 중국 법인의 실적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지 행장이 그동안 글로벌사업의 중심축이었던 중국사업보다는 동남아시아에 더욱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나은행은 2001년 홍콩지점을 시작으로 약 20년 가까이 중국사업 규모를 키워왔지만 중국 경기상황이 점차 악화일로를 걷자 동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다각화를 꾀해 해외사업의 위험성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중국에서 영업점 수를 줄이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은 중국 칭다오 영업점인 칭다오노산지행을 칭다오분행으로, 5월 베이징의 왕징산청지행을 왕징지행으로 통합했다. 지행은 중국 지역영업점에, 분행은 이보다 범위가 큰 일반영업점에 해당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보유하던 지점을 통폐합한 것”이라며 “중국사업 전반에 걸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 행장은 미얀마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다.
지 행장은 3일부터 5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 참여해 미얀마와 금융교류에 참여하기로 했으며 최근 베트남 국영 상업은행 BIDV에 1조 원 규모로 지분투자를 벌이기도 했다.
미얀마는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 기준 1200달러 정도지만 연평균 7% 수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얀마 정부가 외국계 자본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 해외 금융사의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2014년 미얀마에 현지법인 하나마이크로파이낸스를 구축해두고 영업을 벌이고 있지만 소액대출 위주로 서민금융사업으로 영역이 제한돼있어 앞으로 사업을 확장할 여지가 크다.
또 베트남에서는 1천여 곳의 지점과 사무소를 보유하고 있는 BIDV와 협력을 바탕으로 현지 기업금융에 속도를 낼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다만 동남아시아에 이미 한국 은행들이 앞다투어 진출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는 점은 지 행장에게 부담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베트남에 2017년 호주 ANZ은행의 베트남 소매금융(리테일)을 인수해 베트남에서 외국계 은행 1위로 올라선 뒤 입지를 그대로 지켜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남아시아는 국내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캐피탈회사 등 다양한 금융사들이 ‘기회의 땅’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하나은행이 동남아시아에서 치열한 경쟁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