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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CEO.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는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이사회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사회가 두 회사의 실질적 자산가치를 무시하고 제일모직에 대해 투기적 예측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사회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삼성물산 합병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삼성그룹 수뇌부를 겨냥해 공세를 펼칠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우호세력 확보전도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 엘리엇매니지먼트, 삼성물산 이사회 공격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6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제안에 대한 엘리엇의 추가관점’이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15쪽 분량의 자료에서 “삼성물산 이사회의 분석은 삼성물산의 사업과 자산의 실질적 가치를 무시했으며, 제일모직의 수익성 성장에 대해서 투기적 예측을 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이사진이 이번 합병에서 강조한 삼성물산 주주가치 증대의 근거가 미약하고 추측에 기반한 것일 뿐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이사들은 법적 합병비율만을 내세우고 있지만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어떤 합병계약도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사진의 결정을 비판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경영진이 상법상의 '충실의무'와 민법상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저버렸다고 날선 공격을 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사회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편이 삼성물산 주주들의 장부가치 7조8천억 원을 제일모직 주주에게 이전하는 합병제안보다 훨씬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 자료에서 삼성물산 경영진에게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쳐 이사진과 회의를 요청했고 합병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 과정에서 지난 4월9일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인 이영호 부사장과 회의를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엘리엇매지니먼트는 이번 추가자료를 통해 앞으로 이사회의 결정과 과정에 대한 비판의 공세를 높일 것을 예고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왜 지금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삼성물산 주가가 낮은 상태에서 합병시점을 결정한 삼성그룹 경영진을 겨냥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26일 이와 관련해 “해외 헤지펀드의 근거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 여론전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엘리엇의 주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없으며 삼성물산은 지금까지 주주와의 소통,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합병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 달아오르는 우호세력 확보전
삼성물산과 엘리엇매니지먼트는 7월1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우호세력 확보전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7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삼성물산 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신청을 받는다. 권유인을 통한 직접 신청, 우편 및 팩스를 이용한 서류제출, 전자우편과 인터넷 웹사이트
(
www.fairdealforsct.com)를 통해 위임장 신청을 받는다.
삼성물산 지분을 각각 0.09%와 0.08%를 보유한 동부화재와 평화산업은 합병 찬성표를 던지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한 일성신약은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기로 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석근 대표는 삼성물산과 우호적 사업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배임의혹이 일지 않도록 최대한 주주의견을 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인터넷카페를 통해 합병 반대표를 결집하고 있는데 26일 현재 약 0.5%에 이르는 주식을 모았다.
미국계 헤지펀드로 알려진 메이슨캐피털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2.2%를 보유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펀드가 어느 편에 설지는 확실치 않다.
이 펀드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운용자산이 10조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수익을 노리고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관측되나 이번 주총에서 행동주의 투자자인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같은 목소리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긴 하지만 판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소수주주들의 의견이 뜻밖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