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수주가뭄을 겪고 있는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에게 '수주 단비'가 내렸다.  현대건설이 동티모르에서 8천억 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한 것이다.

정 사장은 최근 국내에서 강남 재건축 수주의 물꼬를 튼 데 이어 해외에서 수주실적을 올려 수주가뭄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현대건설 해외 대형공사 수주, 정수현의 '수주 단비'  
▲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현대건설은 24일 현대엔지니어링과 공동으로 동티모르에서 총 7억1921만 달러 규모의 수아이 물류보급기지와 항만 신축공사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 공사는 동티모르 남부해안 수아이지역에 해상유전개발용 공급기지와 항만을 건설하는 공사다. 해상방파제 3.3km 건설 등 해상공사와 육상지원시설 건설공사를 포함한다.

이 공사는 현대건설이 계약금의 60%인 4억2300만 달러 규모의 해상공사를 주관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이 육상공사를 맡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번 수주는 현대건설이 동티모르에 처음 진출한 것이라 의미가 있다. 해외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시장 다변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동티모르 수주로 앞으로 동티모르에서 발주할 정유공장, 액화천연가스(LNG)플랜트, 도로와 공항 인프라 수주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선점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건설은 상반기에 1조7010억 원을 수주해 연간 목표치의 10% 수준에 머물렀다. 10대 건설사 중 가장 적은 수주실적이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7조5946억 원)의 4분의1에도 못 미친다.

정수현 사장은 입술이 바짝바짝 마를 정도로 현대건설은 극심한 수주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해외수주 비중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해외시장에서 대형공사를 수주한 것은 가뭄에 단비나 마찬가지다.

현대건설은 국내에서도 20일 서울 반포동 삼호가든3차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돼 강남 재건축시장에서 수주를 확대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삼호가든3차 재건축사업은 1200억 원 규모로 크지 않지만 재건축 연한단축 이후 강남에서 처음으로 시공사 선정에 나선 것이어서 건설사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현대건설은 강남 재건축시장을 잡기 위해 새롭게 선보이는 아파트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내세워 삼호가든3차 수주전에서 승리했다.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이 앞으로 수주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바라본다.

이선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현대건설은 7월부터 동남아 인프라와 전력공사, 중앙아시아 화공플랜트 등 순차적으로 50억 달러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며 “하반기에 상반기의 2배에 이르는 해외수주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