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이 ‘4계절가전’으로 생활가전시장의 비수기를 준비하고 있다.
생활가전사업은 전통적으로 혼수 시즌과 여름철을 지나면서 점차 실적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는데 계절과 상관없이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상반기와 하반기 실적 격차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대표적 계절가전인 에어컨의 4계절 활용성이 높아지고, 계절에 영향 받지 않는 신가전 수요가 늘어나는 등 소비자들의 전자제품 사용과 구매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송 사장은 가전제품을 놓고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시장상황을 기회로 삼아 하반기에 실적 변동성을 줄이려 하고 있다.
상반기까지 에어컨과 신가전의 수요 급증효과로 미국 월풀의 상반기 실적(매출 약 11조3900억 원, 영업이익 약 5200억원)을 넘어서는 매출 11조5687억 원, 영업이익 1조4451억 원을 거둔 만큼 여세를 몰아 하반기에도 안정적 실적을 내겠다는 것이다.
5일 출시된 ‘올인원’ 에어컨 ‘LG 시그니처 에어컨’은 송 사장의 ‘4계절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제품 가운데 하나다.
LG 시그니처 에어컨은 냉방과 난방, 가습, 제습, 공기청정 등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는 모든 기능을 갖췄다. 에어컨 하나에 공기질관리 솔루션이 전부 적용된 것은 LG전자 시그니처 에어컨이 세계 최초다.
송 사장은 실내 공기를 차갑게 하는 것에 집중된 에어컨의 기능을 확대해 4계절 내내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을 LG 시그니처 에어컨에 담았다.
실제로 에어컨 활용도가 확대되면서 판매량도 함께 늘고 있다. LG전자가 에어컨의 공기청정 기능을 대폭 강화하기 시작한 뒤 에어컨 구매 시기가 봄에서 겨울까지 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LG전자는 설명한다.
올해 창원 공장의 에어컨 생산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달 10% 이상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는 창원 에어컨 생산라인을 2월부터 풀가동하기 시작했다”며 “공기청정 등 여러 기능을 탑재하면서 구매 양상이 변하고 있어 지난해에도 연말까지 생산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송 사장은 에어컨뿐 아니라 4계절 내내 활용할 수 있는 의류관리기기 스타일러, 무선청소기 등의 판매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신가전의 구매가 늘어날수록 비수기 실적 변동성이 약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가전은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후와 무관한 제품인 만큼 시장도 넓다.
LG전자가 내놓은 ‘2018-2019 지속가능 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건조기 등의 신가전 제품의 2018년 세계 매출은 2017년과 비교해 41% 늘었다.
일본과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해외 수출 지역을 꾸준히 넓혀 온 덕분인데 이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에도 신가전이 꾸준히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스타일러의 일본 판매량은 올해 5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집에서 혼자 음주를 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수제맥주제조기 ‘LG 홈브루’도 출시했다. 이 또한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신가전에 포함된다.
송 사장은 LG 홈브루의 해외진출 계획을 놓고 “맥주는 글로벌한 술이기 때문에 해외진출을 당연히 염두에 두고 있다”며 “한국시장에서 반응을 종합해 보완사항이 있으면 보완해서 시장이 큰 미국부터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