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이사와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최고창작책임자(CCO)가 각각 여성 아이돌그룹과 남성 아이돌그룹을 확보하는 데 애쓰고 있다.
한 성별에 치우친 구조로는 대중을 모두 사로잡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프로듀서의 감각이 아이돌그룹 기획에 반영되는 만큼 남녀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탄소년단을 세계적인 아이돌로 키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여성그룹이 소속한 기획사 인수를 선택했다.
JYP엔터테인먼트도 중국에서 신인 남성그룹을 계속해서 내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31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가 오랫동안 연예기획사 1위를 지키는 데는 여성그룹과 남성그룹을 두루 갖춘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는 H.O.T와 S.E.S부터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엑소와 레드벨벳 등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형성해왔다. 한 성별에 편중되지 않고 남녀 대중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반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대형 연예기획사 반열에 올랐지만 여성그룹을 보유하지 못한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방 대표는 방탄소년단 후속으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냈는데 이 그룹도 5인 남성그룹이다.
방 대표가 최근 쏘스뮤직 인수를 결정한 데는 여성그룹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파악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여성 5인조 ‘여자친구’가 소속한 쏘스뮤직을 인수한다고 29일 밝혔다.
방 대표 스스로 여성그룹 기획에 도전한 적이 있다.
방 대표는 2012년 여성 아이돌그룹 글램을 데뷔시켰다. 그러나 크게 흥행하지 못 하다가 한 구성원이 협박 혐의로 징역형을 받자 해체했다.
새로운 여성그룹을 육성하는 데는 시간도 걸리고 불확실성도 따르는 만큼 중견 여성그룹을 보유한 기획사를 인수한 것으로 여겨진다.
방 대표는 쏘스뮤직 인수 전부터 여성그룹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그는 최근 민희진 SM엔터테인먼트 전 등기이사를 브랜드총괄로 영입했다. 민 총괄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창작본부장을 지내며 미술부문(아트디렉트)을 총괄했다.
민 총괄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와 에프엑스, 레드벨벳 등 아이돌그룹의 시각적 이미지와 성격을 설정했다.
▲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최고창작책임자(CCO). |
JYP엔터테인먼트는 반대로 남성그룹이 약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에서 신인 남성 아이돌그룹 프로젝트C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9월에도 현지 남성그룹 보이스토리를 데뷔시켰다.
박 CCO는 여성그룹을 기획하는 데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금도 일본 소니뮤직과 손잡고 일본 현지 여성그룹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남성 아이돌그룹에서는 성과가 비교적 떨어진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와이스는 데뷔 5년차에 접어들어 인기가 정점에 진입했으나 데뷔 6년차인 갓세븐은 대중적 인지도 측면에서 아쉽다”고 평가했다. 트와이스는 여성 9인조, 갓세븐은 남성 7인조다.
한 연구원은 “스트레이키즈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여성그룹은 남성그룹보다 이익 기여도가 낮기 때문에 남성그룹 흥행이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스트레이키즈는 남성 9인조다.
대개 여성팬이 남성팬보다 소비성향이 높은 만큼 JYP엔터테인먼트는 여성팬을 대상으로 흥행할 남성그룹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를 제치고 엔터테인먼트업계 시가총액 1위에 올랐는데 올해 다시 역전됐다. 트와이스 의존도가 너무 높은 데 영향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