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랏말싸미’가 ‘역사왜곡 논란’ 등을 딛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최근 월트디즈니컴퍼니(디즈니)가 극장가를 점령하면서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 한국영화를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한국영화를 선호하는 관객들에게 나랏말싸미는 매력적 선택지가 되고 있다.
▲ 영화 '나랏말싸미'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 |
다만 나랏말싸미가 각종 논란에 휘말리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아 장기흥행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나랏말싸미는 하루 관객 수 1~2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모처럼 한국영화가 상위권에 오른 것이다.
올해 상반기 극장가는 디즈니의 무대였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디즈니는 2년 연속 상반기 배급사별 관객 점유율 1위(30.2%)에 올랐다.
‘캡틴 마블’과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크게 흥행한 뒤 지금도 ‘라이온킹’과 ‘알라딘’, ‘토이스토리4’ 등이 상위권에 들어 있다.
2019년 지금까지 ‘관객 1천만 영화’는 모두 4편이 나왔는데 디즈니가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알라딘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한국영화 가운데 관객 수 500만 명을 넘긴 영화는 1월 개봉한 ‘극한직업’과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 두 편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나랏말싸미 개봉은 한국영화를 찾는 관객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드는 과정을 소재로 삼고 배우 송강호씨(세종 역)와 박해일씨(승려 신미 역)가 출연한 데 힘입어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전미선씨의 유작이기도 하다.
나랏말싸미는 24일에 막을 올렸는데 첫날 관객 15만 명을 모으면서 하루 관객 수 1위에 올랐다.
다만 이 영화가 흥행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각종 구설에 휘말려 있기 때문이다.
나랏말싸미는 ‘역사왜곡 논란’이 일면서 부정적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별점 10개 가운데 1개만 주는 ‘평점 테러’가 일어나고 있고 ‘역사를 왜곡했다’는 평가에 예매를 취소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25일 나랏말싸미는 관객 13만5천 명을 모으며 하루 만에 1위 자리를 라이온킹에 다시 내줬다.
▲ 영화 '나랏말싸미'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 |
실시간 예매율도 3위까지 떨어졌다. 5월 개봉한 알라딘(2위)에도 밀렸다.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 과정을 두고 정설이 아닌 야사의 내용을 담았다.
학계는 세종이 직접 한글을 만들었다는 것을 정설로 받아들이는데 영화는 승려 신미가 한글 창제를 주도한 것으로 그렸다.
이를 의식한 듯 나랏말싸미는 영화 시작 전에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가운데 하나를 영화로 재구성했다’는 자막을 내보냈다.
나랏말싸미는 개봉 전에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도서출판나녹은 영화사 두둥과 배급사 메가박스중앙, 조철현 감독 등이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 평전)’ 원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영화를 제작했다며 2일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나랏말싸미 측은 “나랏말싸미 원작은 ‘훈민정음의 길’이 아니다”며 6월20일 법원에 저작권 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나랏말싸미는 예정대로 24일 개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