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컴퍼니(디즈니)가 영화배급시장에서 독주하면서 한국 영화배급사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그러나 디즈니는 영화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어 CJ와 롯데의 영화 계열사들은 수혜를 입고 있어 디즈니가 고맙기도 할 것으로 보인다.
▲ 허민회 CJENM 각자대표이사(왼쪽)와 최병환 CJCGV 대표이사. |
디즈니는 17일 ‘라이온킹’을 개봉하면서 2019년 흥행 영화목록에 영화를 하나 더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라이온킹은 이날 예매율 1위로 벌써 관객 33만5천 명을 모으고 매출 35억 원을 냈다.
디즈니는 올해 ‘캡틴마블’부터 시작해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개봉일 최다 관객 수, 하루 최다 관객 수, 1천만 관객 최단기간 달성 등 신기록을 썼다.
디즈니는 현재 ‘알라딘’(16일 관객수 2위)과 ‘토이스토리’(3위)를 배급 중이다.
1위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소니픽쳐스가 배급하지만 디즈니의 자회사인 마블스튜디오가 제작했다.
디즈니의 기세에 한국 배급사들은 힘을 못 쓰고 있다.
CJENM은 지난해 롯데컬처웍스에 배급사 점유율 1위를 뺏긴 뒤 올해는 디즈니에 밀리는 모양새를 보인다.
CJENM은 5월30일 개봉한 ‘기생충’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으며 9월까지 개봉하는 영화는 ‘엑시트’ 한 편에 그친다.
대신 CJ그룹의 다른 영화 계열사 CJCGV가 디즈니의 수혜를 입고 있다.
CJCGV는 2분기에 역대 2분기 최다 관객 수를 모으고 최대 매출을 올렸다. 연결 영업이익은 183억 원으로 무려 6773%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CJCGV 한국 본사 영업이익은 105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 12억 원에서 흑자전환했다.
알라딘이 4DX관을 통해 인기를 끈 데 힘입었다. 4DX는 CJCGV의 영화 상영시스템 브랜드다. 영화 장면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고 관객에게 바람, 향기, 안개 등 특수효과를 제공한다.
알라딘은 주인공들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마법양탄자를 타는 장면 등을 포함해 이런 시스템에 적합한 것으로 파악된다.
CJCGV에 따르면 지금까지 4DX로 알라딘을 본 관객 수는 90만 명이 넘는다. 기존에 4DX 관객이 가장 많았던 ‘겨울왕국’(48만 명)이나 어벤져스: 엔드게임(32만 명)을 크게 웃돈다.
4DX관 푯값은 일반상영관과 비교해 최대 70%까지 비싸 CJCGV가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도 보탬이 된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알라딘 등 흥행으로 4DX 등 프리미엄 영화관 관객 수가 증가한 것이 CJCGV 실적에 기여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밖에 CJCGV는 일찍이 중국과 터키, 베트남 등에 공격적으로 진출했는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디즈니 영화들은 이 지역들에서도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 영화들의 흥행은 롯데컬처웍스에도 양면적 효과를 낸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영화배급사 1위 수식어를 처음으로 탈환했으나 올해는 디즈니와 CJENM에 점유율이 크게 밀리고 있다.
디즈니와 CJENM은 점유율 20%대를 보이는 반면 롯데컬처웍스는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롯데컬처웍스가 영화배급부문에서 부진한 것을 디즈니가 영화관사업부문에서 메워주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투자·제작·배급사업부문인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영화관 브랜드 롯데시네마로 나뉘는데 롯데시네마가 롯데컬처웍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롯데엔터테인먼트보다 많은 점은 롯데컬처웍스에 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매출은 배급사 점유율 1위에 오른 지난해에도 롯데컬처웍스 전체 매출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사자’와 ‘타짜: 원 아이드 잭’ 등 대작이 하반기에 몰려 있어 배급사 점유율이 앞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