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도입한 반도체소재 수출규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고 외국언론이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사태를 반도체 장비와 소재 국산화로 안정적 수급망을 확보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공장. |
16일 경제분석지 시킹알파가 보도한 시장 조사기관 인포메이션네트워크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반도체사업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이 한국에 수출하기 어렵도록 규제대상으로 삼은 반도체 소재는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다.
인포메이션네트워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세정작업에 쓰이는 불화수소를 한국 화학기업 또는 대만에 공장을 둔 일본 소재기업에서 충분히 수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세정용 가스의 품질 실험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포메이션네트워크는 EUV(극자외선)공정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도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생산에는 활용되고 있지 않아 수출규제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바라봤다.
다만 EUV공정을 지난해부터 활용하기 시작한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인포메이션네트워크는 일본의 규제가 그동안 한국에서 소재 공급망을 거의 구축하지 않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일깨우는 ‘모닝콜’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바라봤다.
미국이나 중국이 반도체산업 진출 단계부터 관련된 장비와 소재 공급망을 동시에 구축했던 것과 달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런 노력에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것이다.
대만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강국이지만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인포메이션네트워크는 “한국의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성장하고 있다”며 “반도체 소재 공급업체들도 대부분 해외업체와 합작법인 형태에 그치고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계기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소재를 국산화하거나 내재화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일본의 수출규제가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혼란을 키울 수는 있지만 뒤늦게라도 자체 공급망 구축의 중요성을 일깨워 더 큰 위험을 막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정부와 반도체기업의 소재 국산화 노력이 이번 일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며 “일본 소재산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