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가 미국 제약사 애브비의 앨러간 인수로 보툴리눔톡신 ‘이노톡스’을 미국에서 상품화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애브비가 최근 메디톡스의 미국 파트너사인 앨러간을 인수하면서 앨러간에 액상형 보툴리눔톡신 이노톡스를 기술이전한 메디톡스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노톡스는 메디톡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액상형 보툴리눔톡신 제품이다. 별도의 희석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정밀한 용량 산정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메디톡스는 2013년 세계 보툴리눔톡신시장에서 7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앨러간에 이노톡스의 한국을 제외한 세계 판권을 넘겼다.
앨러간은 이노톡스의 기술을 이전받고 5년이 지난 2018년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가 2022년 미국 출시를 목표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앨러간이 이노톡스의 임상3상에 성공하면 마일스톤(기술 수수료)을 수령하게 된다. 이노톡스의 상업화 뒤에는 제품판매의 로열티를 별도로 지급받는다.
애브비는 6월25일 앨러간을 630억 달러(약 73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애브비는 인수 발표 직전일인 6월24일 앨러간 주식 종가에 45%의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형태로 앨러간을 인수했는데 인수 작업은 2020년 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브비는 보툴리눔톡신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어 액상형이라는 경쟁력을 갖춘 이노톡스 개발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애브비는 그동안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에 매출을 주로 의지했다. 하지만 휴미라의 특허가 2022년 만료를 앞두고 있어 잠재력이 큰 보툴리눔톡신시장에서 새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앨러간을 인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브비가 앨러간을 높은 프리미엄에 인수한 만큼 앨러간의 주력사업인 톡신사업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앨러간은 메디톡스 톡신의 글로벌 임상과 판매를 담당하고 있어 메디톡스가 미국에서 톡신을 출시하면 수혜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애브비가 앨러간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날 기업설명회를 진행하면서 주요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는데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는 이노톡스가 상단에 포함돼 있었다”라며 “애브비가 이노톡스의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인수합병 속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노톡스의 개발이 예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애브비와 앨러간이 인수합병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이노톡스 개발 속도와 향방은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이노톡스 출시 뒤 공룡기업이 판매에 전력을 다해줄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이노톡스의 임상에 진척이 없어 고심이 컸던 만큼 앨러간보다 규모가 큰 애브비를 이노톡스의 파트너사로 맞게 된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는 7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애브비가 앨러간의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이노톡스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미국과 유럽에서도 메디톡스 제품이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