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LG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구 회장은 각 계열사에 지속적으로 외부 인재 발굴 등을 강조하고 있다. 계열사 대표이사들도 머리를 염색하는 등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의 이런 기조는 2018년 연말인사 때부터 짐작됐다.
지주회사 LG에서 핵심 보직을 담당하게 될 경영전략팀장과 자동차부품팀장, 인재육성 담당을 외부인재로 채우고 LG화학 창립 이래 처음으로 대표이사 자리에 외부인사인 신학철 전 3M 수석부회장을 영입했다.
신 부회장은 최근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전기차 배터리 기술유출 관련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런 움직임이 지금까지 LG그룹이 보여온 경영문화와 확연히 다른 점으로 꼽힌다.
구 회장이 외부인재 수혈을 통해 의도하는 것 또한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화를 강조하는 조직 분위기에서 나아가 변화에 방점을 찍고 공격적이고 추진력 있는 문화를 LG그룹 내부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LG그룹은 전장과 올레드(OLED), 바이오 등 주요 신사업에서 부진한 성과를 거둬왔기 때문에 지금까지와 다른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부 분위기 쇄신과 인재 충원을 통한 기술역량 확보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을 공산이 크다.
구 회장이 젊은 총수로서 LG그룹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만큼 그와 함께 그룹의 앞날을 이끌어 갈 젊고 색다른 감각을 지닌 인재의 중요성을 절감했을 가능성도 높다.
이에 따라 앞으로 LG그룹은 사장급이나 임원급 인사 뿐 아니라 실무직이나 연구개발직 등 그룹에 필요한 요직에 외부인재를 채용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구 회장이 관심을 두고 있는 인재육성 분야는 연구개발(R&D)이다.
구 회장은 올해 공식적 첫 경영행보로 2월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우수 연구개발인력 유치를 위해 실시해 온 ‘LG 테크노 콘퍼런스’를 ‘LG 테크 콘퍼런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열고 자리에 직접 참여하는 열정을 보였다.
국내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서는 계열사 최고경영진을 한자리에 모아 우수 연구개발인력 유치를 위해 계열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만찬자리에서 “LG 대표이사로 부임하고 가장 먼저 방문한 곳과 가장 자주 방문한 곳이 R&D 현장이었던 것은 가장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LG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고의 R&D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실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인재 발굴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4월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된 LG 테크 콘퍼런스 행사에도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직접 참석했다.
이 행사가 국내 LG 테크 콘퍼런스 행사 참석 이후 두 번째 대외행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 회장이 감각있는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보이고 있는 열정을 가늠할 수 있다.
구 회장은 공개석상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행보를 보였지만 ‘인재 유치’ 만큼 발 벗고 나서며 그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