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은 B787 시리즈의 대규모 계약을 통해 ‘중·장거리 노선 강화’와 ‘보잉과 관계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대한항공은 중·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기종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조 회장 역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B787-9와 B787-10은 대한항공 중·장거리 노선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잉의 B787 시리즈는 최대 1만km 이상의 거리를 운항할 수 있는 중·장거리 운항용 대형항공기다.
대한항공은 2018년부터 장거리 노선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를 통해 인천~보스턴 노선을 복항하는 등 미주 노선에서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한항공의 장거리 노선 강화 전략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단거리 노선에서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적 대형항공사 이용 여객은 2018년 1분기보다 1.5%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저비용항공사 이용객은 17.2% 늘었다.
특히 그동안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가 독점하고 있던 인천~베이징 등 중국 황금 노선까지 저비용항공사에게 개방된 만큼 단거리 노선에서 저비용항공사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조 회장 역시 6월 초 기자간담회에서 “더 이상 저비용항공사의 성장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수동적으로 관찰해왔다면 지금부터는 공격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업무협약이 대한항공과 보잉의 관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보잉은 최근 B737-MAX 항공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보잉은 17일부터 열린 파리 에어쇼에서 경쟁사 에어버스가 123대의 주문을 수주하는 동안 단 1건의 계약도 체결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보잉과 대규모 항공기 계약을 체결한 것은 보잉에게도 매우 중요한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보잉이 미국 항공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보잉과의 관계 개선은 대한항공의 미주 노선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과의 계약이 보잉에서 반색할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 항공업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보잉과 관계 개선은 대한항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대한항공은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에어쇼에서 보잉과 B787-9 기종 10대, B787-10 기종 20대를 도입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19일 공시했다. 도입기간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며 예상 계약금액은 96억9300만 달러(약 11조3천억 원)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