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90분 동안 최선을 다해 전술적으로 수행했지만 감독인 나의 부족한 부분으로 잘 할 수 있었던 걸 못했다"
정정용 U-20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진 뒤 기자회견에서 "최선들 다한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선수들을 다독이며 패전의 책임은 감독에게 돌렸다.
▲ 정정용 U-20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왼쪽)과 이강인 선수가 14일 폴란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하지만 정 감독은 이번 U-20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의 미래가 밝다는 점을 세계에 알렸고 국내 축구계에는 새로운 스타일의 지도자상을 보여줬다.
특히 정 감독은 아버지 같은 부드러운 리더십과 즐기는 축구로 어린 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자신의 위상을 다졌다.
정 감독은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잘 놀다 오라”는 말을 자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줘야 평소 훈련한 기량이 나온다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
그런 점 때문인지 그는 선수들에게 ‘감독’이 아닌 ‘선생님’으로 불린다.
기존 한국 축구는 감독의 지휘 아래 모든 선수가 일사불란하게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정신력과 팀워크를 다지는 방식이었다. 36년 전인 1983년 멕시코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쓴 한국팀의 강점은 강도높은 훈련에 따른 체력과 정신력이었다.
물론 정 감독의 리더십이 하루 아침에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그동안 유소년팀을 주로 이끌어왔는데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툴롱컵과 수원 JS컵 등에서 저조한 성적을 내자 감독 자질을 놓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을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남자대회에서 한국 역사상 최고 성적을 낸 팀으로 만들면서 단숨에 오명을 씻어냈다.
정 감독은 덕장이라는 평가와 함께 상대팀에 따라 적절한 전술을 구사하는 '지장'의 면모도 갖춘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정정용 감독은 ‘유리천장’을 파괴한 모범적 사례”라며 “선수 경력이 미미해도 공부를 열심히 한 지도자들이 위로 오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선수시절 화려한 경력을 남기지 못한 탓에 감독 생활을 하면서도 이름을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무명선수 출신이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 감독은 선수시절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를 한 데 이어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스포츠생리학 박사과정을 이수했다.
정 감독의 형은 한 인터뷰에서 “낮에는 축구 밤에는 스포츠와 관련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생활영어까지 공부했다”며 정 감독의 학구열을 전했다.
정 감독은 이렇게 쌓은 이론을 활용해 일본과 치른 16강전에서 포백 전술로 경기 흐름을 바꿨다. 아르헨티나와 붙은 조별예선에서 이강인 선수를 전진배치하는 과감한 용병술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 감독은 과거 안익수 전 감독을 대신해 U-20 대표팀 감독대행을 맡았을 때 이승우 선수의 기량을 이끌어내 주목받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7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대표팀 환영행사를 연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