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고성 산불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피해보상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강원도 고성과 속초 산불과 관련한 경찰수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책임 수위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책임과 보상을 약속한
김종갑 사장을 향한 요구도 갈수록 거세진다.
강원지방경찰청은 4월 발생한 고성·속초 산불과 관련해 두 달여 동안 한국전력과 협력업체 직원 40여 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이 가운데 10여 명을 피의자로 입건해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7일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들에게 업무상 실화 등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지 여부는 검찰과 협의한 후 이르면 이달 중순 이후 결정된다.
그러나 수사기록이 6천여 페이지에 이르는 등 분량이 방대해 검찰이 수사기록을 자세히 검토하려면 사법처리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4월4일 발생한 고성·속초 산불은 한국전력이 관리하는 전신주 개폐기에서 발생한 아크 불꽃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설비교체와 유지 보수 과정에서 한국전력의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 조사하기 위해 4월23일 한국전력 속초지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오면 한국전력의 책임론과 함께 피해보상 문제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갑 사장은 산불 발생 20여 일 만인 4월23일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허리굽혀 사과하고 민사적 피해배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피해액 산정과 2차 피해보상 등을 놓고 시각차를 보이며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김 사장이 소극적 태도로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는 사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워진 피해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한국전력은 물론 김 사장을 향해 직접적으로 분노를 쏟아냈다.
속초·고성 산불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오전에는 청와대 인근, 오후에는 국회 앞에서 상경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보상과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장일기 비상대책위원장은 “
김종갑 사장은 산불에 민사적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과 함께 빠른 시일 내 비대위와 보상에 관한 협상을 약속했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한전은 아무런 후속대응이 없다”고 비난했다.
장 위원장은 “한국전력이 시간을 끌면서 피해민들이 지쳐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간다”며 “즉각 피해보상안을 들고 피해민들과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상습방화범 한전 즉각 구속하라”, “한전사장 즉각 구속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있는 깃발을 내걸었다. 또 ‘한전 처벌’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삶의 터전 불싸지른 한전”, “한전에 경고한다 원상태로 돌려놔라” 등의 피켓을 흔들었다.
비대위는 산불에 불탄 차량을 직접 들고와 당시 급박하고 참혹했던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이들은 3일 한국전력 속초지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면서 산불에 불탄 차량을 보여줬다. 상경집회에서도 불탄 차량이 등장했다.
이들은 경찰이 정부와 한국전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빠르게 수사결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수사 결과 발표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