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시장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열풍으로 차량 판매순위에서 세대교체가 벌어지고 있다.
‘강남 쏘타나’로 불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던 BMW 520d의 인기가 주춤한 반면 폴크스바겐의 티구안은 올해도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 수입차시장 새 강자 티구안, 장기집권하나
‘강남 싼타페’로 통하는 티구안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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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크스바겐의 티구안 |
강남 쏘나타와 강남 싼타페는 쏘나타나 싼타페처럼 흔히 볼 수 있다고 붙은 별명이다.
1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4월 티구안은 모두 847대 팔려 단일모델 기준으로 월간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티구안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판매량에서도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넉 달 동안 티구안을 3454대 팔았다. 티구안은 판매량 2위 아우디의 ‘A6 35 TDI’ 판매량 2363대보다 1천 대 넘게 많이 팔렸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티구안은 올해 1만 대 가까이 팔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티구안은 2007년 처음 출시돼 국내에 2008년부터 팔리기 시작했다. 나온 지 오래된 모델인 만큼 올해 신형 티구안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티구안은 지난해 8천 대가 넘게 팔리며 전체 수입차 가운데 누적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한 해 동안 판매된 수입 SUV의 20%에 육박한다. 2위인 BMW 520d의 판매량 6500여 대와 격차도 크다.
티구안의 인기요인으로 수입 SUV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와 연비, 단순한 디자인 등이 꼽힌다.
티구안 가격은 3840만~4830만 원으로 독일산 수입차치고 높지 않은 편이다. 동급 국산차와 비교해도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연비도 매력적이다. 티구안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3.8㎞로 사륜구동치고 합리적 수준이다. 고속도로 등 고속주행이 많은 곳에서 리터당 최대 20㎞까지 나온다.
티구안의 디자인도 티구안이 오랫동안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눈에 띄는 화려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무난한 디자인으로 오히려 질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듣는다.
운전자들 사이에서 운전하는 재미가 좋다는 입소문이 퍼진 점도 인기에 한몫했다. 주행성능이나 안전성 등 기본에 충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지는 수입차 세단, 520d 판매량 하락
반면 한동안 수입차시장의 절대강자였던 520d는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누적 판매 1위 자리를 티구안에 내준 데 이어 올해 1월 9위까지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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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의 520d |
BMW코리아는 지난해 11월부터 새로운 엔진을 장착한 520d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신형 엔진이 장착된 모델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m로 기존 모델에 비해 최고출력은 6마력, 최대토크는 2.0㎏.m 향상됐다.
하지만 520d는 여전히 티구안에 밀려 맥을 못 추고 있다.
520d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압도적 인기를 누렸다.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7500여 대, 8300여 대 팔리면서 2위와 격차를 크게 벌이며 1위를 차지했다.
당시 다른 수입차업체들이 520d의 인기요인을 분석하는 등 520d에 대한 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520d는 고유가시대의 덕을 톡톡히 봤다. 고유가가 소비자의 구매성향을 바꾸면서 수입차시장이 디젤엔진 위주로 재편됐다. 520d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6.9㎞에 이른다.
520d는 가솔린모델과 큰 차이가 없는 승차감과 비슷한 가격대로 더욱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강남 쏘나타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수입차가 눈에 띄게 많아지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다른 차를 타고 싶어하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수입차시장에서 SUV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인기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수입차 가운데 지금까지 단일모델 기준으로 판매대수가 2만 대를 넘은 차량은 BMW 520d, BMW 528i, 메르세데스-벤츠 E300, 폴크스바겐의 티구안 등 딱 네 모델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