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 인수에 바짝 다가섰다.
손 회장은 자산운용사 매물로 나온 회사들 가운데 두 회사를 동시에 인수함으로써 우리금융그룹의 자산운용 부문을 단번에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27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중국 안방보험과 매각주관사인 JP모건은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금융지주를 선정했다.
손 회장은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을 인수함으로써 하이자산운용 인수전에서는 발을 뺄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이 하이자산운용 대신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을 선택한 이유로는 회사의 규모 차이가 꼽힌다.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은 1월 말 기준으로 운용자산이 각각 19조9천억 원, 8조1700억 원이다.
두 회사를 합치면 운용자산 규모가 28조 원을 넘어서 업계 10위의 규모를 갖추게 된다.
반면 하이자산운용은 11조1500억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해 업계 순위가 23위에 그친다.
손 회장은 지주사 출범식에서부터 말했듯이 2~3년 안에 우리금융그룹을 1등 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KB금융그룹(KB자산운용), 신한금융그룹(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하나금융그룹(하나UBS자산운용)등 경쟁 금융그룹의 자산운용사들은 모두 운용자산 순위 10위권 안에 자리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하이자산운용을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규모로 키우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이자산운용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도 손 회장이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 인수로 방향을 바꾼 이유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 가격은 두 회사를 합쳐 1700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업계는 추산한다.
부동산 대체투자 등 투자 포트폴리오에 강점이 있다는 이유로 운용자산 규모가 두 회사의 절반도 되지 않는 하이자산운용의 추정 매각가가 1200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리한 결정이라는 시각이 많다.
게다가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의 최근 실적은 하이자산운용보다 좋다.
지난해 기준으로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은 62억 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하이자산운용은 15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최근 4년 동안 실적을 살펴봐도 하이자산운용이 꾸준히 내림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ABL자산운용은 지난해 실적이 반등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업계는 자산과 인력이 합쳐질수록 시너지가 커지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이자산운용 매각가가 너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하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내년 생명보험사 인수까지 내다보고 중국 안방보험과 거래를 터뒀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 안방보험은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의 지분을 각각 73%, 100%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매물로 내놓고 인수자를 찾고 있다”며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을 인수하는 우리금융그룹을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올려뒀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인수 계약과 관련해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