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금융감독원의 발행어음 제재 논의가 4개월째 미뤄지고 있어 발행어음은 물론 다른 사업을 추진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남은 3월 안에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지 않는다.
금융권에서는 3월28일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려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제재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졌는데 또 미뤄졌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매달 둘째 주 목요일에 정기적으로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4월11일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때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제재건이 상정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인 만큼 준비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에 오른 뒤 과감하게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발행어음 제재 문제에 벌써 4개월 째 발목이 잡혀있다.
금감원으로부터 발행어음 불법대출 의혹과 관련된 제재 수위가 결정되기 전까지 발행어음은 물론 다른 사업에서도 공격적으로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발행어음사업 인가를 따내 2018년 말 기준으로 발행어음을 3조7천억 원 수준까지 늘리며 발행어음시장을 선도했다.
하지만 제재를 앞두고 있어 발행어음사업에 역량을 쏟기 어렵고 만약 금감원이 발행어음 판매 중지 처분을 내린다면 올해 발행어음 규모가 대폭 줄어들 위험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증권사와 경쟁할 때마다 발행어음 문제가 거론된다는 점도 정 사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8일 고용노동부의 자금 관리를 위한 주간운용사를 결정하는 사업제안 프레젠테이션(PT)을 앞두고 있는데 이를 두고 금융업계에서는 발행어음 제재를 앞두고 있어 한국투자증권이 불리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부동산신탁업 인가를 받을 때도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제재 여부가 걸려있어 인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다행히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부동산신탁업 신규사업자 예비인가를 받기는 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제재 수위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불법대출 관련 제재 수위 결정이 미뤄지면서 한국투자증권은 물론 증권업계의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며 “정 사장으로서는 빨리 제재가 결정돼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8월 발행어음으로 1673억 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해 특수목적법인(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빌려주는 과정에서 불법으로 대출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SK실트론 지분 19.4%를 사들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SR) 계약을 맺었는데 금감원은 이를 개인대출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개인대출로 활용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