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여러분을 ‘웅진 식구’라고 불러봅니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여러분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영원할 겁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2012년 웅진코웨이를 떠나 보내면서 웅진코웨이 임직원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윤 회장은 회사를 인수해 ‘새 식구’를 들일 때도, 회사를 매각해 떠나보낼 때도 항상 편지를 쓴다고 한다. 
 
[오늘Who] 윤석금, 웅진코웨이와 이제는 '영원한 사랑' 하고 싶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윤 회장이 한때 떠나보냈던 제식구 웅진코웨이를 22일 되찾았다.

이번에도 윤 회장이 펜을 들 것으로 보인다. 

코웨이는 2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이름을 웅진코웨이로 바꿨다. 22일에는 웅진씽크빅이 웅진코웨이 지분 22.17% 매입을 끝내 경영권을 확보했다.

윤 회장에게 웅진코웨이는 각별하다. 

윤 회장은 2018년 10월 코웨이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밝히는 기자간담회에서 “코웨이는 참 좋은 회사다. 내 자식을 되찾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IMF 당시 굵직한 기업들이 쓰러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팔지 못한 정수기, 빌려주기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웅진코웨이를 세워 국내 1위 가전렌탈회사로 키웠다.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로 다시 웅진그룹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꿈을 꾸고 있다. 

윤 회장은 한때 웅진코웨이를 발판으로 웅진그룹을 재계 30위권에 이름 올리기도 했는데 이런 영광을 되찾겠는다는 것이다. 

우선 웅진코웨이가 웅진그룹의 체제 안에 안착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웅진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웅진씽크빅과 웅진코웨이의 방문판매조직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웅진씽크빅과 웅진그룹의 가전렌탈회사 웅진렌탈, 웅진코웨이 등은 콜센터와 물류센터같은 판매·유통 플랫폼, 고객 기반을 공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웅진그룹은 일찌감치 웅진코웨이를 인수한다면 방문판매 조직 등에서 규모의 경제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이런 작업과 함께 웅진코웨이와 웅진렌탈의 합병 과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회장은 당초 웅진렌탈과 웅진코웨이를 3월 안에 합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 두 법인은 합병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법인을 합치는 데 필요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우선 웅진렌탈과 코웨이 브랜드를 ‘웅진코웨이’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웅진코웨이가 웅진렌탈과 합병한다면 해외계정까지 포함해 모두 720만 개의 계정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국내 가전렌탈사업자 가운데 가장 많다. 

웅진코웨이의 경영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투자자 등 시장에 신뢰를 주는 게 먼저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웅진그룹 내부에서는 윤 회장이 웅진코웨이에 애정을 쏟는 만큼 웅진그룹 사람을 코웨이 대표이사에 선임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 이해선 코웨이 대표이사가 웅진코웨이 대표를 계속 맡도록 힘을 실어줬다.   

이 대표는 21일 열린 웅진코웨이 임시주주총회에서 “코웨이가 또다른 변화의 순간에 서 있다”며 “중요한 것은 코웨이의 기업가치와 성장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시장의 불안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직 웅진그룹이 약한 재무력을 이유로 코웨이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시장의 우려를 떨쳐내지 못한 만큼 웅진코웨이와 웅진렌탈의 합병에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윤 회장은 “웅진을 다시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는 그룹의 철학 ‘또또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사랑하는 만큼 힘을 주고 뭉치면 작은 회사지만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윤 회장이 코웨이를 향한 짝사랑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가 웅진코웨이를 향해 쓰는 편지에 다시 한 번 영원한 사랑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