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암 SK스토아 대표이사(오른쪽)가 20일 서울시 마포구 KGIT센터에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고객 발길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아침드라마라도 만들겠다.”
윤석암 SK스토아 대표이사는 20일 서울시 마포구 KGIT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드라마 제작에 직접 나서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SK스토아의 성장을 향한 윤 대표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
SK스토아는 2017년 말 SK브로드밴드의 100%자회사로 독립한 T커머스회사다. 기존 TV홈쇼핑에 VOD(주문형 비디오)와 양방향서비스를 결합해 제공하는 사업자다.
윤 대표는 SK스토아의 미래를 콘텐츠에서 찾고 있다.
다만 일반 방송사업자와 차이가 있다면 SK스토아의 콘텐츠는 기술이 결정한다는 점이다.
윤 대표는 “지금은 킬러콘텐츠가 중요하지 않다. 소비자가 쓰는 기술과 채널이 콘텐츠를 결정한다”며 “고객이 모바일로 건너간 이유는 맞춤형 콘텐츠를 모바일에서밖에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지난해 기술과 콘텐츠 제작PD, 비주얼아트팀을 중심으로 인력을 대폭 늘렸고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촬영까지 할 수 있는 업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센터를 지어 7월부터 가동했다.
윤 대표가 이날 기자들 앞에 내놓은 SK스토아ON은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서 내놓은 첫 번째 작품이다. 윤 대표가 SK스토아ON을 통해 고객이 채널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SK스토아ON은 한 시간대에 오직 한 가지 상품방송만 볼 수 있는 기존의 TV홈쇼핑, T커머스방송과 달리 고객이 원하는 상품 영상을 직접 검색하거나 추천받을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SK스토아에 따르면 TV홈쇼핑채널이나 T커머스의 고객 90%가 30초 안에 다른 곳으로 채널을 튼다. 이들은 대부분 원하는 상품을 방송하지 않아서 채널을 틀었다고 대답했다.
SK스토아 등 TV홈쇼핑과 T커머스회사에게 고객의 시선을 붙잡느냐 여부는 매출과 직결돼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IPTV 등 채널에서 앞자릿 수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곤 한다.
SK스토아는 올해 후발주자로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송출 수수료를 감수하고도 기존 채널 40번에서 올해 채널 4번으로 자리를 옮겼다.
SK스토아ON을 통해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은 윤 대표의 전문 분야이기도 하다.
윤 대표는 “난 콘텐츠(사업)를 오래 했던 사람”이라며 “고객들은 홈쇼핑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왜 하나같이 똑같냐고 물어보는데 T커머스와 TV홈쇼핑이 고객의 발길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아침드라마라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의 이런 자신감은 경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CJ미디어에 입사해 방송본부장과 경영기획실장을 지냈고 2006년 tvN의 초대 대표이사를 지냈다. 이후 TV조선으로 자리를 옮기다 미디어와 커머스사업을 확대하던 SK브로드밴드로 자리를 옮겼다.
2017년 말에는 SK브로드밴드의 품에서 독립한 SK스토아의 첫 수장을 맡아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윤 대표는 SK스토아ON이 T커머스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바라본다.
그는 “다른 T커머스회사들도 앞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본다”며 “SK스토아가 기존 TV홈쇼핑, T커머스와는 다르고 기존보다 진화한 모습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스토아ON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파는 것은 SK스토아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도 보탬이 된다.
기존에는 하루에 24개 상품방송밖에 할 수 없었던 데 반해 지금은 수십 개의 상품을 팔 수 있게 된 데다 굳이 현재 방송되지 않아도 상품이 꾸준히 팔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고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고문제는 TV홈쇼핑과 T커머스의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윤 대표는 “지난해 하드웨어를 갖췄다면 올해는 소프트웨어적 측면을 강화하겠다. 올해는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2021년 취급고 2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취급고 2조 원은 SK스토아에게 의미가 깊다. SK스토아가 2018년 취급고 4060억 원을 기준으로 다섯 배 성장한다는 의미 외에도 전통적 강자인 TV홈쇼핑 회사까지 따라잡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기 때문이다.
주요 TV홈쇼핑회사의 연간 취급고는 3조~4조 원 수준이다. T커머스시장 1위인 K쇼핑조차 2018년 취급고도 5천억~6천억 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