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디즈니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시장에서 맞붙으면서 한국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에 투자금액을 늘리기로 한 반면 디즈니는 신규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플러스’(Disney+)를 내놓으면서 경쟁 채비를 갖추고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격돌, 한국 콘텐츠제작사에게 절호의 기회

▲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로고.


24일 미국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공급하는 마블코믹스 TV 드라마 시리즈의 신규 편성을 모두 취소했다. 

마블스튜디오는 모기업 디즈니의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플러스'나 '훌루'를 통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내놓게 된다. 디즈니는 ESPN과 픽사, 마블스튜디오, 루카스필름 등을 보유하고 있다. 

디즈니는 올해 9월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플러스를 출시한다. 디즈니플러스는 5개의 콘탠츠 채널(디즈니, 픽사, 스타워즈, 마블,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이용해 영화 500편, TV 에피소드 7천 편을 플랫폼에 공개한다.

훌루는 주요 방송사에서 합작해 만든 스트리밍 플랫폼인데 디즈니도 지분을 들고 있다. 2010년에 디즈니, 21세기 폭스, 워너미디어(AT&T) 등이 합작해 만들었다. 

2016년 기준으로 세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시장에서 매출 가운데 57%를 세 회사가 점유하고 있다. 넷플릭스(40%),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10%), 훌루(7%) 등이 차지하고 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대항해 시장의 재편을 노리고 있다.  

디즈니는 스트리밍시장 진출을 앞두고 보유 콘텐츠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 7월 21세기 폭스를 713억 달러에 인수했다. 폭스 인수가 올해 초에 마무리되면 디즈니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콘텐츠를 보유하게 되고 훌루의 지분도 60%를 확보하게 된다.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맞붙어 양강구도로 재편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에도 영향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모두 한국을 포함한 신규 국가에서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하면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아시아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일 것”이라며 “북미, 유럽에서 기반을 다져온 글로벌업체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아시아를 겨냥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두 회사의 경쟁구도가 한국 콘텐츠시장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드라마 제작사는 투자 유치를 대규모로 받을 수 있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콘텐츠 투자액은 120억 달러(약 13조 원)에 이르렀다. 여기에 더해 디즈니까지 아시아시장, 특히 한국의 콘텐츠에 관심을 보인다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홍종모 유화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가 선점한 북미, 유럽시장과 달리 아시아는 아직 메이저업체가 없는 시장"이라며 "특히 최대 시장인 중국과, 아시아 전역에 팬층을 지닌 한국으로 집중투자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국내 콘텐츠 제작업체들도 방송사들이 주도하던 콘텐츠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업체를 이용해 세계시장으로 손쉽게 진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디즈니는 대부분의 TV시리즈에 회당 2500만~35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한다. 이 밖에도 올해 '어벤져스:엔드게임', '겨울왕국2', '스타워즈:에피스도9', '캡틴 마블', '라이온킹' 등 영화 개봉이 예정돼 있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영화 라인업은 흥행이 보장된 작품이 즐비하다"며 "디즈니의 사업 확대,와 다각화도 올해 두드러질 것"이라고 파악했다.

반면 드라마 콘텐츠 제작사를 제외한 스트리밍업체들은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7일 '콘텐츠 스트리밍산업의 성장동력화가 시급하다'는 보고서에서 "국내 업체가 아직 크게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글로벌 플랫폼이 자본력과 콘텐츠를 바탕으로 국내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또 넷플릭스 등 플랫폼이 국내 콘텐츠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기존 산업 생태계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넷플릭스, 디즈니 등의 행보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며 "콘텐츠 제작사들에게는 호재이겠지만 우리는 플랫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강력한 경쟁상대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5∼2017년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시장 매출이 연 평균 10% 이상씩 증가하는 데 비해 극장 매출액은 0∼3%대 성장하는 데 그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