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가 글로벌 타이어 유통회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판매 실적이 감소하는 데 따라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글로벌 타이어 유통기업을 인수하면서 유통 사업을 강화해왔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확장 속도도 더뎌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 |
18일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당분간 해외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해외에서 추가 인수합병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할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 인수를 추진할 지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글로벌 유통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보인 데 비춰보면 뜻밖의 대응이다.
최근에는 인수합병 경쟁에서 글로벌 타이어시장 2위 기업인 미쉐린에게 밀리기까지 했다.
1월23일 한국타이어가 인도네시아에 본사를 둔 타이어 제조 회사 ‘멀티스트라다’를 인수 검토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공시를 내놨는데 바로 다음 날인 24일 미세린이 이 회사의 지분 80%을 인수한다고 알렸다. 사실상 인수 경쟁에서 밀릴 것을 예상하고 포기선언을 한 셈이다.
당초 한국타이어가 목표로 했던 유통사업 매출 규모를 놓고 보면 인수합병은 포기할 수 없는 전략이다.
한국타이어는 유통사업 강화로 비타이어부문 매출을 2020년까지 2조원 대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2020년 실적 전망치 7조4천억 원과 비교하면 매출의 27% 가량을 비타이어 부문에서 올리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독일 유통기업인 라이펜 뮬러를 인수한 효과가 2018년 4분기 기준으로 매출을 1천억 원가량 늘리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 미뤄보면 비타이어부문 매출을 늘리기 위해 추가 인수합병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사업의 확장과 관련해 한국타이어는 조바심을 낼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가 인수합병 움직임을 멈추고 글로벌 유통사업 확장에 주춤하고 있는 사이 경쟁 글로벌 타이어기업들은 유통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타이어의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는 데 대응하기 위한 것인데 글로벌 타이어 1위 기업인 브리지스톤을 비롯해 굿이어, 미쉐린 등 대부분의 타이어회사들이 유통망을 넓히기 위해 독자적 유통망을 설립하거나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타이어 판매 뿐 아니라 타이어 유통 경쟁도 치열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타이어가 해외시장에서 유통사업의 기반을 서둘러 다져놔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타이어 수요가 둔화하는 국면에서 타이어 기업들의 유통망끼리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타이어 기업의 대응책이 실적에 반영되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타이어가 해외 유통망 확장에 주춤하는 이유를 두고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우선 해결하느라 인수합병을 잠시 미루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양래 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장남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부회장이 대표이자 자리에 올랐는데 지분 승계 등 경영권 승계를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회사인데 현재 지분 구조는 조양래 회장 23.59%, 조현식 부회장 19.34%. 차남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 19.91%로 이뤄져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지난해 9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주신자산 승계는 64.8%가량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타이어그룹은 2018년 1월 조양래 회장이 물러나고 조현식 부회장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 자리에, 조현범 사장이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면서 사실상 오너 3세 경영시대가 시작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