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ENM이 영화 ‘극한직업’의 흥행으로 올해 한국 영화배급시장에서 다시 1위를 탈환할 수 있을까? 

한국 영화시장은 지난해 관람객 수가 줄어든 데 더해 배급사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빅 배급사 4곳 독점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CJENM, 영화 '극한직업' 흥행 덕에 올해 배급사 1위 탈환 '청신호'

▲ 허민회 CJENM 대표이사.


13일 CJENM이 배급하는 영화 극한직업의 누적 관람객 수는 1324만 명, 누적 매출액은 1146억 원을 넘어섰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신과함께: 인과 연’ 이후 천만 관객을 넘어선 한국영화는 극한직업이 처음이다.

CJENM이 배급한 영화로 보면 2017년 12월 개봉한 ‘1987’이 500만 관객을 모은 이후 극한직업이 최다 관객을 동원한 첫 흥행작이 됐다. 

CJENM은 극한직업의 흥행으로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영화 수익은 영화발전기금 3%, 부가가치세 10%를 제외한 87%를 나누게 된다. 영화관에서 그 가운데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투자사, 배급사가 나머지 수익을 나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7일 보고서를 통해 “CJENM의 투자비율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극한직업의 관람객이 1200만~1500만 명이 될 것으로 가정하면 수익 131억 원~164억 원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CJENM은 지난해 영화부문에서 체면을 구겼는데 올해는 실적 반등에 파란불이 켜졌다. 

홍 연구원은 “CJENM이 올해 2분기부터 크게 손실을 내지 않는다면 영화사업에서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극한직업의 흥행에 힘입어 올해 영화사업에서 영업이익 138억 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CJENM은 지난해 영화사업에서 매출과 관객점유율 1위를 롯데컬처웍스에 내준 것은 물론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에도 밀려났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으로 롯데컬처웍스는 매출 2953억 원, 관객 3552만 명을 모아 매출과 관객점유율 1위에 올랐다. 

CJENM은 지난해 1~11월 매출 1995억 원, 관객 2429만 명을 모아 3위에 머무는 데 그쳤다.   

CJENM은 2003년부터 국내 배급사 가운데 점유율 매출과 관객점유율 1위를 지켜오다 지난해 15년 만에 3위로 주저앉은 것이다. 지난해 투자·배급한 영화 9편 가운데 4편만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기는 등 흥행작을 내지 못했다. 

한국 영화시장의 자체 규모가 커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대형배급사 4곳인 CJENM, 롯데컬처웍스, 쇼박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가 한국 영화시장에서 높은 점유율로 '빅4'를 형성해왔다면 지난해부터 이런 지형에 변화가 생겨났다.  

지난해 배급사 4곳의 매출 점유율은 모두 73%를 나타내면서 최저치를 보였다. 2015년까지 4곳의 합산 점유율이 80~95%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낮아진 것이다.   

폭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등 외국 대형 배급사가 가세한 데 더해 메리크리스마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키위미디어그룹,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등 강소 배급사도 영화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였다.

한국 영화시장의 규모도 더 이상 커지기 힘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점에서 극한직업의 흥행은 영화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다.  

CJENM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횟수가 4회를 넘는다”며 “이 정도로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은 더 이상 한국 영화시장은 커질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 관람객은 2억1700만 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보다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관람객이 감소한 것은 8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액은 영화관람권 평균가격(ATP)이 오르면서 2017년보다 3.3%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