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의 독자적 자율주행 택시사업에 자신감 보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에서 열린 2019년도 현대차그룹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독자적 모빌리티(이동성) 서비스사업을 구축하는데 속도를 낸다.

정 수석부회장은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현대차그룹을 통해 2021년에 자율주행 친환경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 수석부회장이 자율주행에 기반한 모빌리티 서비스사업의 구체적 실시 시점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완성차기업에게서 정보기술(IT)과 차량공유에 기반을 둔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기업으로 흘러가는 데 대응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구글와 우버를 비롯한 글로벌 IT·차량공유 기업들이 이미 모빌리티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도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서비스 상용화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산하에 있는 자율주행차 사업부문인 웨이모는 2018년 12월부터 세계 최초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자율주행차 택시 운행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2009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 등 25개 주에서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진행했는데 투자를 본격화한지 10년이 지나지 않아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웨이모의 자율주행택시 서비스는 피닉스시 주변 160km 반경에서 약 400명의 제한된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제도적 규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연구의 선두주자로서 자율주행차의 시험 주행거리만 1600만km가 넘을 정도로 기술력을 축적해놓은 만큼 서비스 확산은 시간문제일 공산이 크다.

우버도 회사의 미래를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에 걸고 있다.

우버는 한때 차량공유기업의 선두주자로 부각했으나 세계적으로 불법 택시운영 논란에 휘말리고 후발주자와 경쟁도 심화하자 자율주행차에 기반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우버는 2018년 3월에 자율주행차 시험 주행을 하다가 한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뒤 시험 운행을 아홉 달 동안 중단했는데 2018년 12월에 미국 피츠버그에서 시험 주행을 재개하며 웨이모와의 기술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우버는 자율주행과 관련해 일본 자동차기업 토요타에게서도 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과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6년부터 모빌리티사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사업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힘썼다.

2017년부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내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기술 제휴를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18년 9월에는 인도를 방문해 현대차그룹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비전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모빌리티 서비스와 관련한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은 글로벌 IT·차량공유 기업과 비교해 다소 속도가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서비스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 앞으로 더욱 많은 외부기업들과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정 수석부회장도 신년사에서 “그룹의 역량을 융합해 독자적 모빌리티 서비스사업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며 “외부사업자와 제휴해 글로벌시장 진출을 확대하여 제조와 서비스를 융합한 사업기회를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미 모빌리티와 인공지능(AI), 전동화 등에 집중하기 위해 2017년 이를 총괄할 전략기술본부를 만들고 ‘독자적 모빌리티 서비스사업 모델’을 찾는데 힘쓰고 있다.

전략기술본부는 내부 조직인 CVC팀과 CorpDev팀 등을 통해 기존 차량공유 개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마스(Mobility as a Service)’에 주목하고 있다. 마스는 모든 이동수단을 소유하는 대신 서비스로 소비한다는 개념으로 2016년 핀란드 벤처기업 ‘마스글로벌’이 도입한 개념이다.

마스가 보편화하면 자동차와 자전거, 오토바이, 대중교통 등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현대차그룹은 차량공유기업들에 투자하거나 협업해 마스와 관련한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인사에서 삼성전자 출신의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모빌리티사업 발굴에 힘을 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