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왜 물, 공기, 식품 등 가전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연구소를 계속 열까?
19일 LG전자는 3곳의 연구소 설립 목적을 놓고 “가전제품의 기초기술 연구단계부터 철저하게 검증하고 관리해 최고의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을 연 연구소 모두 공기청정기, 정수기, 전기레인지, 맥주제조기 등 새 성장가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근 새 성장가전 시장은 급속하게 커지고 있어 이에 따라 ‘경쟁력 확보’라는 새로운 과제가 대두하고 있다.
기업들이 가성비나 기술력, 편리함 등 각자의 강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만큼 LG전자도 경쟁 제품과 차별화 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송 사장은 제품이 아니라 제품이 다루는 대상부터 연구해 제품 기술 개발에 적용함으로써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제품이 다루는 대상을 연구하는 일은 마케팅 전략을 짜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의 가전제품을 색다른 면에서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데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LG전자가 2017년 말 내놓은 ‘LG 디오스 김치톡톡’ 광고는 김치가 발효될 때 유산균에서 나는 ‘톡톡’이라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줘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치 유산균이 오래 살아야 김치맛을 지킬 수 있고 ’김치톡톡’이 김치 맛을 지킨다는 ‘유산균’의 관점에서 제품을 광고함으로써 LG 디오스 김치톡톡 판매량을 연평균 40% 이상 늘리는데 성공했다.
최근 공기청정기 LG 퓨리케어 360 광고에도 이런 기법이 활용됐다.
공기청정의 기본 원리가 나무의 공기정화 방식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나무처럼 ‘360°’ 전방위에 걸쳐 집안의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누리꾼은 “LG 퓨리케어 360° 광고를 보다 필을 받아서 구매했다”며 “먼지가 심한 날은 비염 때문에 잠을 못 자는데 퓨리케어 덕에 비염이 많이 나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송 사장은 물, 공기, 식품과학연구소를 통해 이런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송 사장은 3곳의 연구소 개소식에 모두 참석해 “철저한 이해와 분석 통해 차별화된 제품 내놓을 것”이라며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인프라와 환경을 조성하는데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송 사장의 제품 차별화 의지에 따라 물과학연구소에서는 LG 퓨리케어 정수기의 차세대 필터와 위생 솔루션, 정밀 수질 분석 등 물 관련 핵심 기술을 연구한다.
공기과학연구소는 집진과 탈취, 제균 등 LG 퓨리케어 공기청정기와 휘센 제습기 등 에어솔루션 핵심 기술 연구개발을 전담한다.
최근 문을 연 식품과학연구소는도 냉장고나 김치냉장고 등 백색가전 뿐 아니라 전기레인지와 광파오븐, 맥주제조기 관련 핵심기술 연구를 진행한다.
LG전자는 새 성장가전의 판매 호조에 따라 내년 영업이익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 H&A사업본부가 내년에 새 성장 제품군의 판매호조로 안정적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 관계자는 “에어컨 등과 같은 가전은 사업구조상 실적이 계절적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새 성장가전은 한국시장을 중심으로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최근 중요한 제품군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