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박진수와 롯데케미칼 허수영, '박수칠 때 함께 떠난' 친구

박진수 전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허수영 전 롯데그룹 화학BU장 부회장.

박진수 전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과 허수영 전 롯데그룹 화학BU장 부회장은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세대교체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 은퇴도 나란히 선택했다.

롯데그룹은 19일 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허 전 부회장이 퇴진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이 11월 퇴진한지 한 달 만에 허 전 부회장까지 은퇴를 결정하면서 화학업계의 오랜 ‘동기동창’ 경쟁구도를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박 전 부회장과 허 전 부회장은 국내 화학업계의 산 증인으로 대학 시절부터 48년 지기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두 사람은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70학번 동기다. 허 전 부회장이 1951년 생으로 박 전 부회장보다 한 살이 많지만 같이 대학에 입학해 절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허 전 부회장은 1976년 호남석유화학(현재 롯데케미칼)에, 박 전 부회장은 1977년 럭키(현재 LG화학)에 공채로 입사하며 화학업계에 발을 들였다. 두 사람 모두 한 회사에 오랫동안 몸담으며 CEO까지 올라 언론에서는 항상 국내 화학업계의 최대 맞수로 부각하곤 했다.

두 사람은 동기동창일 뿐만 아니라 모두 소탈하고 온화한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엔지니어로서 현장을 가장 중시하는 것도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경영전략에서는 상반된 행보를 보여줬다.

박 전 부회장은 LG화학 대표이사로 있던 7년 동안 사업 분야를 전기차배터리, 바이오, 수처리 등으로 다변화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배터리사업을 접어야 주변의 말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선제적 투자로 세계 배터리시장을 선점한 것은 최대 공적으로 꼽힌다.

이와 달리 허 전 부회장은 본업인 석유화학사업에 충실해 최근 3년 동안 롯데케미칼의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롯데케미칼은 허 전 부회장의 지휘 아래 LG화학과 화학업계 1위를 다투는 회사로 성장했다.

두 사람은 최근까지도 왕성한 경영활동 펼쳐 임기를 더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에 따른 전방산업 수요변화, 바이오시장 선점 경쟁,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하려면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고 판단해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상승한 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당장 올해부터 화학업계에 불황이 불어들고 있다.

박 전 부회장의 후임으로는 1957년 생인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허 전 부회장의 후임은 1957년 생인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임명됐다. 선후임 사이에 5~6살의 나이 차가 난다.

박 전 부회장과 허 전 부회장의 향후 행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 모두 한국 화학업계의 역사이자 산 증인인 만큼 후진 양성, 조언자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선례상 허 전 부회장은 당분간 고문으로 있으면서 그룹 화학사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