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출시, 누적 매출 3조 원.' 

PC온라인게임 ‘리니지’는 1998년 서비스를 시작한 뒤 15개월 만에 100만 명의 회원을 모으며 한국 온라인게임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이다.
 
[오늘Who] 김택진, 엔씨소프트 '리니지:리마스터’로 사랑 재확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이 29일 서울 역삼동 라움에서 열린리니지 서비스 20주년 미디어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엔씨소프트> 


하지만 무려 20년이 된 게임이다 보니 ‘옛날’ 게임이라는 인식이 많다. 특히 엔씨소프트가 리니지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모바일게임 ‘리니지M’을 내놓으면서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PC 리니지는 이제 ‘버려졌다’는 말도 나왔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이 20년 된 게임 리니지를 ‘리니지: 리마스터’로 업데이트해 대변신을 시도한다. 

김 대표는 29일 서울 역삼동 라움에서 열린 리니지 서비스 20주년 미디어간담회에 참석해 “리니지를 사랑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20년 동안 역사를 만들어온 리니지가 가장 큰 변화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것을 해냈다”며 “워낙 큰 변화라 게임 이용자들이 이런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슴이 쿵쾅거린다”고 덧붙였다.

리니지를 새롭게 선보이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김 대표는 리니지: 리마스터에 오랫동안 리니지를 즐겨온 이용자들의 요구사항을 많이 반영했다.

리니지: 리마스터를 공개하는 이번 미디어간담회 자리에도 게임 이용자들을 초대했다. 

리니지: 리마스터 버전이 기존 리니지와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그래픽이다.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리니지에 2차원 그래픽을 고수해왔다. 4K에서 나아가 8K가 구현 가능한 시대지만 2차원 그래픽이 리니지의 정체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가 2017년 내놓은 리니지M도 원작 리니지의 감성을 그대로 옮기기 위해 2차원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점을 생각하면 이번 변화는 의미가 크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리마스터에 1920X1080 와이드 해상도를 적용했다.

게임 이용자들이 전장을 더 넓게 보고 좀 더 활동적 전투를 펼칠 수 있게 한 것이다. 

리니지 이용자들은 이번 그래픽 업그레이드로 2배로 커진 화면, 4배 증가한 해상도, 10배 이상 빨라진 처리속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방식과 환경이 20년 전과 크게 달라진 점도 고려했다.

리니지: 리마스터에 ‘자동사냥’과 ‘모바일 플레이어(M-플레이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자동사냥을 통해 게임 이용자가 게임을 하는 시간에는 리니지의 핵심 콘텐츠인 ‘전투’에 몰입할 수 있게 하고 모바일 플레이어 시스템으로 언제 어디서라도 모바일기기를 통해 PC 리니지의 화면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간단한 조작이 가능하도록 해 편의성을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PC 리니지를 즐기는 이용자들을 위해 리니지M에는 없고 PC 리니지에만 있는 직업인 ‘검사’도 추가한다.

검사는 20년 리니지 역사상 가장 공격력이 높은 직업으로 다른 직업을 지닌 캐릭터의 방어기술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직업인 검사가 고착화된 전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임 개발자로 시작한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최고경영자인 지금도 게임 개발을 총괄하면서 적극적으로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인사말을 하면서 20년 전 리니지를 처음으로 만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PC통신과 텍스트를 활용한 채팅 게임이 주류였던 당시 네트워크 환경에서 인터넷 토대의 그래픽으로 제작된 리니지를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 언어부터 시스템 구조까지 모두 다 밑바닥에서 하나하나 만들어왔다고 회상했다. 

비가 오면 서버에 물이 차 누전으로 게임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비일비재해 장맛비가 오는 날 직원들과 서버 주위를 둘러싸고 서버를 지켰던 추억도 꺼내 놨다.

김 대표는 2012년 리니지 ‘격돌의 바람’ 업데이트를 진행해 맛봤던 전성기를 리니지: 리마스터로 다시 한 번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리니지는 1998년 출시된 뒤 2007년 단일 게임 처음으로 누적 매출 1조 원을 달성했고 2016년 누적 매출 3조 원을 돌파했다. 국내에 개봉해 천만 관객이 든 영화 19편의 매출을 모두 더한 금액인 1조8144억 원과 비교해도 엄청난 수치다.

하지만 게임시장이 모바일게임 위주로 재편되고 PC 게임에서도 새로운 게임들이 나오면서 오래된 PC 게임 리니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리니지M 출시 뒤 PC 리니지의 매출은 한 때 50%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리니지로 403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3분기 모바일게임에서는 2165억 원의 매출을 냈다. 

김 대표가 리니지: 리마스터로 리니지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