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 사장이 TV에 이어 스마트폰까지 책임지게 되면서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을 오랜 부진의 늪에서 건져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권 사장은 과거 올레드 TV와 LG전자 초기 스마트폰의 성공을 이끈 전략을 재현하기 위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쟁력 확보를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 겸 MC사업본부 사장. |
LG전자는 28일 2019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며 권 사장이 MC사업본부장을 겸임한다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권 사장이 올레드 TV의 성공 경험을 스마트폰사업에 이식할 적임자라고 판단해 MC사업본부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2014년부터 HE사업본부장을 맡았는데 LG전자 올레드TV가 출시 초반 부진을 딛고 프리미엄 TV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성과를 인정받아 5년째 유임됐다.
LG전자는 일반적으로 부진한 사업의 책임자를 곧바로 교체하는 '신상필벌'을 앞세우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인사 기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황정환 부사장이 이례적으로 1년만에 MC사업본부장에서 물러난 것은 그만큼 스마트폰사업에서 전략 변화가 다급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권 사장은 MC사업본부의 적자폭 감소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앞세울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들은 LG전자가 올해 MC사업본부에서 영업손실 6천억 원 안팎을 본 뒤 2019년에도 영업손실 5천억 원 이상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5년부터 5년 연속 손실이 이어지는 것이다.
스마트폰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LG전자가 극적으로 판매량 반등을 노리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따라서 권 사장은 수익성 악화에 무게를 싣는 LG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과감히 축소하고 한국과 미국 등 주력시장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권 사장이 TV사업에서 고가의 올레드 TV를 주력으로 앞세우는 전략을 통해 HE사업본부가 올해 상반기 사상 최고 영업이익률을 내는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과거 MC사업본부 상품기획을 맡을 때 개발을 주도했던 옵티머스G와 G프로 시리즈도 LG전자가 후발주자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주요 업체로 거듭나는 데 기여했다.
권 사장이 성공을 이끌었던 올레드 TV와 G시리즈 스마트폰 초기 모델은 모두 LG전자가 불리한 시장 환경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효과를 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LG전자 올레드 TV는 출시 초반에 생산 원가가 비싸고 패널 물량도 충분하지 않다는 약점을 안았지만 앞선 기술력과 가치를 소비자들에 인정받아 프리미엄 TV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옵티머스G와 G프로 시리즈는 대화면 스마트폰의 시장 확대 초기에 유행을 빠르게 따라잡아 스마트폰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LG전자가 세계 3위 업체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다.
▲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V40씽큐'. |
LG전자가 현재 스마트폰사업에서 직면한 상황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내년부터 5G와 접는(폴더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기술 흐름이 빠르게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LG전자가 장기간의 스마트폰사업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는 활로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내년 상반기에 5G 스마트폰을, 하반기에 접는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전자가 애플이나 중국 스마트폰업체와 비교해 더 빠르게 기술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경쟁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는 계기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에서 적자를 보고 있지만 5G 기술에 적극적 대응, 가전과 TV 등 사업에서 선도적 지위 등을 고려하면 실적이 중장기적으로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