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롯데카드 매각이 정부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와 맞물리면서 카드업계 재편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누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느냐에 따라 업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 인수 후보로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국내 카드사는 롯데카드를 포함해 모두 8곳이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BC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이다.
카드업계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관련 경험이 없는 기업보다는 기존에 카드사를 거느리고 있는 금융지주가 우선 인수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그룹의 삼성카드, 현대차그룹의 현대카드가 모두 그룹에서 비주력 계열사로 분류돼 매각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역시 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우리은행은 지주사체제 전환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현재 우리은행은 우리카드를 비롯해 7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 비중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비은행부문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금융지주(가칭)가 롯데카드를 인수한 뒤 우리카드와 합병하면 자산규모 21조 원의 업계 3위 카드사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신한카드(27조4939억 원), 삼성카드(24조4583억 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를 큰 격차로 앞서게 된다.
KB금융지주는 신한금융지주와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만큼 인수에 나설 수 있다.
풍부한 자금을 앞세워 롯데카드를 인수해 국민카드와 합병하면 단번에 카드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오렌지라이프에 이어 아시아신탁까지 인수하며 활발한 인수합병을 펼치고 있는 반면 KB금융지주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KB금융지주는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풍부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기환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생명보험분야 강화를 위해 생명보험사 인수를 우선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좋은 기회가 있으면 증권 등 다른 분야를 강화할 수 있고 해외 인수합병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카드가 업계 1위인 만큼 인수를 놓고 큰 필요성은 느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KB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차지할 가능성을 놓고 보면 속내가 복잡할 수는 있다.
그동안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펼친 경쟁구도에서 신한금융지주는 카드에서만큼은 확실한 우위를 보여왔다. KB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이 구도가 뒤집힌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카드의 시장 점유율이 7%대에 그쳐 롯데카드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
지난해 글로벌 투자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는 롯데카드를 인수할 수 있는 곳으로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3곳을 꼽기도 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롯데카드 인수자는 수익성의 중요한 요소인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은행이 인수하면 예금상품을 끼워 팔 수 있는 등 시너지가 가능해 NIM(순이자마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인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지만 이들은 인수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방금융지주가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도 있다.
BNK금융지주가 그동안 롯데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에서 인수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롯데그룹과 BNK금융지주는 모두 부산과 경남지역의 기반이 강하다.
BNK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품에 안으면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카드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다만 카드업계의 순이익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데다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결정까지 더해지면서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관건은 롯데카드와 롯데그룹의 관계가 매각 뒤에도 이어지는지 여부다.
롯데카드는 롯데그룹의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