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살아남겠다.”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의 경영목표다. 생존을 위한 여정에 골치 아픈 숙제로 남아있던 자산 매각을 마무리하면서 재기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STX조선해양은 꼭 살아 남는다', 장윤근 각오에 희망이 보인다

▲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22일 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조만간 싱가포르 선사와 5만 톤급 PC선(석유제품운반선) 3척에 관한 건조계약을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옵션분 2척도 포함됐으니 최대 5척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

장 대표는 9월 가스박람회 가스텍(Gastech)에서 직접 발로 뛰어 선주사를 찾아다니며 건조계약 의향서를 맺었다.

당초 선주와 계약을 마무리하기로 한 기한은 10월이었지만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승인을 해주지 않아 계약이 미뤄졌다.

행암공장이 좀처럼 안팔려 유동성 확보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행암공장은 STX조선해양이 자구계획안에 따라 내놓은 자산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부동산이다.

하지만 다섯 번에 걸친 시도 끝에 최근 매각에 성공하면서 돌파구가 열리게 됐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은행 측에서 행암공장이 팔리면 계약승인을 해주겠다고 한 만큼 이번 계약은 확실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산 매각을 마쳐 우리가 자구안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점도 입증했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이 채권단에 신뢰를 보여준 만큼 앞으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도 한층 수월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소가 배를 발주사에 넘기지 못할 때를 대비해 건조비용으로 미리 받은 돈을 금융기관이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을 서는 것이다. 이를 받지 못해 계약을 날리면 선사와 신뢰관계에 금이 갈 수 있는 만큼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려면 원활한 보증 발급이 필수적이다. 

STX조선해양은 선수금환급보증 발급에 실패해 상반기에만 선박 7척의 수주가 줄줄이 취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앞으로 현금 흐름에 문제가 없다면 선수금환급보증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지금도 하루하루 자금 사정이 위태롭지만 조금씩 희망이 보인다"며 "선수금환급보증이 발급돼 5척의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면 최소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은 현재 5만 톤급 유조선 12척과 1만1천 톤급 유조선 2척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5만 톤급 유조선 5척을 추가로 수주하게 되면 2020년 2분기까지의 1년 반치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22일 '조선산업 활성화대책'으로 발표한 선수금환급보증 확대방안에는 STX조선해양 등 중대형 조선사들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 정책을 적용할 78개 중소 조선사들의 지난해 매출 총액을 6012억 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STX조선해양이나 성동조선해양 등 중대형 조선사들의 매출을 합하면 조 단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중대형 조선사들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게자는 "STX조선해양 등 중대형 조선사들을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책의 중심은 소형 조선사들"이라며 "STX조선해양이 자구안을 충실이 이행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선수금환급보증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