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천주교 성인 옷조각을 품고 한반도 평화 기적을 향해 가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반도 비핵화 과제를 짊어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어깨가 무겁다.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북한과 미국의 대화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정 실장이 또다시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이끌어 낼지 주목받는다.

5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6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는 한반도 비핵화의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중간선거를 계기로 대화의 동력이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중간선거 이후 8일 전후로 북미 고위급회담을 연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대화 진전에 힘을 실었다.

북미 대화가 진행되면 자연히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이자 대미외교의 핵심 채널인 정의용 실장도 바빠질 수밖에 없다. 정 실장은 북한과 미국 양쪽에서 신뢰받는 키맨이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이나 대북 특사로 다녀왔다. 올해 3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특사 결과를 설명한 뒤에는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성사의 일등 공신으로 정 실장이 꼽히는 이유다.

북미 대화는 소강상태이지만 정 실장은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움직임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정 실장은 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연 뒤 직접 브리핑을 통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남과 북이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말했다.

10월29일에는 맥 손베리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 30일에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잇따라 만나 비핵화 협조와 한미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정 실장은 청와대 최고령 참모로 풍부한 경륜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외교안보라인의 중심을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46년 생으로 장하성 정책실장(1953년생)과는 7년, 임종석 비서실장(1966년생)과는 무려 20세나 차이가 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경제정책은 물론 대북문제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청와대 참모와 실무 장관들의 입지는 불안해지고 있다. 

꾸준히 교체 요구가 나온 장하성 실장,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교체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모양새고 이제 외교안보라인도 야당의 공세 대상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냉면 발언 논란으로 해임 건의안이 제출됐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자기 정치’ 논란에 휩싸여 경질 요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 실장은 야권 공세의 ‘무풍지대’에 놓여 있다. 대미 채널이라는 그의 소임이 엄중한데다 정 실장이 그만큼 철두철미하게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정치권에 공세의 명분과 여지를 주지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정 실장을 향한 문 대통령의 신임도 돈독하다. 적어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비핵화 시간표로 여겨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은 정 실장체제가 함께 가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 실장은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동행했을 때 교황청을 함께 방문해 통역인 한현택 신부로부터 테레사 수녀의 옷 조각을 선물 받았다. 성인의 유물은 기적을 낳는 힘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 신부는 “이걸 지니고 다니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이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기적을 이뤄내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