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방암 치료 바이오시밀러를 유럽에 최초 출시하며 '퍼스트 무버'로서 성공을 이번에도 이어갈까? 

그동안 글로벌 바이오시밀러업계에서는 최초로 출시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시장을 선점했고 이런 퍼스트 무버 전략은 성공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유럽에서 유방암 바이오시밀러 성과 장담 못해

▲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방암 치료 바이오시밀러를 유럽에서 최초로 승인받고 출시했는데 후발 주자들의 추격세가 매섭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에서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유방암 치료 바이오의약품인 ‘허셉틴’의 매출은 바이오시밀러 출시 영향으로 최근 급감하고 있다.

로슈가 밝힌 실적을 보면 3분기 허셉틴 유럽 매출은 4억1900만 스위스프랑(약 47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1%가 줄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3월, 셀트리온은 올해 5월부터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출시했는데 이 영향이 3분기부터 허셉틴 매출 감소로 본격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올해 2분기에는 허셉틴 매출 감소폭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줄어드는데 그쳤다.

허셉틴의 글로벌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8조 원 규모인데 유럽시장은 2조5천억 원에 이른다. 허셉틴 특허는 유럽에서 2014년에 만료됐고 미국 특허는 2019년 6월에 끝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11월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 판매허가를 최초로 받았다. 경쟁사인 셀트리온보다 약 3개월가량 앞섰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3월 영국에서 온트루잔트를 출시했다. 유럽에서 최초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내놓는 ‘퍼스트 무버’가 된 것이다.

바이오시밀러시장에서 ‘퍼스트 무버’는 지금까지 불변의 성공 공식이었다.

셀트리온은 2014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유럽에서 최초로 출시해 시장을 선점했다. 지난해 4월에는 혈액암 바이오의약품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를 출시해 이 역시 시장을 선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역시 2016년 2월 유럽에서 바이오의약품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를 최초로 출시했고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시장을 선점했다.

셀트리온의 램시마와 트룩시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베네팔리는 경쟁 제품들보다 월등히 높은 매출을 내며 사실상 바이오시밀러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경쟁에서도 퍼스트 무버 지위를 차지했기에 시장 선점을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 온트루잔트의 시장 선점을 놓고 의구심을 보이는 시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온트루잔트가 출시된 지 반년이 넘었는데도 시장 점유율이나 매출 등 성과 지표와 관련해 어떠한 정보도 알 수 없는 ‘감감 무소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유럽에서 온트루잔트 판매 대행을 맡고 있는 미국 머크(MSD)는 온트루잔트 판매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에 유럽에서 온트루잔트의 성과 지표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유럽에서 유방암 바이오시밀러 성과 장담 못해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경쟁사인 셀트리온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와 관련해서 간략하게나마 성과를 유추해볼 수 있는 자료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강양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룩시마가 2017년에 출시된 지 1년만에 유럽시장 점유율 32%를 돌파했다”며 “허쥬마는 주요 입찰 경쟁에서 승리하며 출시 한 달 만에 시장 점유율 7%를 달성했기에 트룩시마와 유사하게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도 유럽에서 속속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판매 허가를 받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쟁자로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암젠과 엘러간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칸진티’를 공동개발했고 올해 5월 유럽의약품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 역시 올해 7월말 유럽의약품청으로부터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트라지메라’의 승인을 얻어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에는 바이오의약품의 특허만료에 맞춰 다수의 바이오시밀러가 동시에 출시되고 있다”며 “이제 바이오시밀러 업계에서 ‘퍼스트 무버’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기에 온트루잔트의 성과가 미흡하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로서는 아쉬움이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