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관계자는 18일 “한국GM이 현재와 같이 이해관계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협의 없이 법인 분리를 추진하는 데 깊은 우려를 품고 있다”며 “19일 열리는 주총을 일단 지켜보고 후속 법적 대응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후속 법적 대응은 거부권(비토권) 행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경영활동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비토권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산업은행의 비토권은 영업의 양도나 합병 등의 주주총회 특별 결의사항을 거부할 권한과 전체 자산의 20%를 넘어서는 자산의 매각이나 양도·취득을 거부할 권한이다.
다만 법인 분리는 비토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한국GM이 보고 있어 행사 가능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산업은행은 '거부권 인정 소송'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추가 법적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산업은행 역시 한동안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GM이 본사 방침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한국GM의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GM은 산업은행의 요구에 내내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영정보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도 산업은행 쪽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한국GM은 5월 말까지 군산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산업은행에 불과 하루 전에 통보했다. 당시 산업은행이 임명한 사외이사 3명도 이사회에 참석했지만 GM의 비밀 준수 요구를 이유로 정부에 보고도 하지 못했다.
'깜깜이 경영'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한국GM은 7월 신설법인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는데 산업은행은 하루 전인 19일 이 계획을 통보받았다.
산업은행이 그 뒤 내용을 자세히 알려달라고 요청했고 답변이 왔지만 구체적 내용은 빠져 있었다. 산업은행이 그 뒤 상세한 내용을 알려달라고 다시 요청했지만 아직 대답은 오지 않았다.
한국GM은 철수설이 크게 불거졌던 2016년에도 산업은행의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2016년 3월 산업은행이 한국GM을 중점관리 대상 회사로 지정하고 경영진단 컨설팅, 선제적 모니터링 강화 등 협의를 요구했으나 GM의 거부로 무산됐다. 그 뒤 산업은행이 GM 해외사업본부(GMIO)가 위치한 싱가포르까지 찾아가 컨설팅 협조를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3월 주주 감사권을 발동해 한국GM에 매출원가와 본사 관리비 부담 규모 등 110여 개의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GM은 회사 홈페이지나 감사보고서 등 공개된 자료를 포함해 6개의 자료만 제출했다. 나머지 100여 개의 자료는 민감한 기밀 사항이라는 이유로 '제출 거부'나 '자료 없음' 등으로 버텼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이 임명한 3명의 사외이사가 한국GM 내부에서 여러 요구를 했지만 17% 주주의 한계로 대주주의 일방적인 결정을 견제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도 GM이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만으로는 "결국 방관아니냐"는 지적에서는 산업은행이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른바 GM 사태가 한국GM에서 제공한 정보의 부실이 심각한 수준인데도 산업은행 등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서 비롯됐는데도 여전히 깜깜이 경영이 계속되고 있다”며 “GM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변명으로 내고 수수방관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동차산업 나아가 국가경제 전반에서도 문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