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이 의료인과 투자자에 이어 블록체인 사업가로 변신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싱가포르에 있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중심으로 글로벌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꼽히는 ‘빗썸’을 인수한다.
▲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 겸 ICO플랫폼 대표. |
김 회장은 2017년 8월 싱가포르에 블록체인 기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ICO플랫폼'을 세우고 국제 가상화폐 거래소로 기업고객의 가상화폐를 상장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번 빗썸 인수로 목표에 한걸음 다가서게 됐다.
ICO플랫폼은 스타트업 등이 가상화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 ICO플랫폼의 가상화폐인 ‘아이클라우드코인(ICC)’을 받은 뒤 이를 활용해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이다.
ICO플랫폼은 이밖에 스타트업 발굴 및 벤처 투자, 초기 성장 지원(엑셀러레이팅), 컨설팅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ICO플랫폼과 손잡고 싱가포르에서 가상화폐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김 회장은 7월 국내에서 열린 ‘싱가포르 블록체인 서밋’에서 “누구나 꿈꾸는 사업 기회가 자금 부족으로 좌절되는 일이 많다”며 “블록체인 가상화폐로 크라우드펀딩을 돕고 기업고객의 다양한 필요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때 한국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성형외과 원장으로 알려졌고 점차 여러 분야에서 투자와 사업을 펼쳐 왔다.
김 회장은 1995년 ‘김병건성형외과’를 개원한 뒤 2000년 병원을 확장하면서 ‘BK성형외과’로 이름을 바꿨다.
2007년 당시 BK성형외과와 업계 1, 2위를 다투던 ‘동양성형외과’를 합병한 뒤 싱가포르에 BK메디컬그룹을 세우고 중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성형 한류’ 열풍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김 회장은 중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도 각각 성형외과 전문의 면허를 취득하고 각 국가에 분원을 내는 등 활발한 의료사업을 펼치고 있다.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BK메디컬그룹은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에서 성형외과, 자산관리 투자기업, IT기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도 싱가포르 영주권자로 싱가포르에 대부분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이 수술실을 나서는 모습. |
김 회장은 투자자로서 수완도 좋아 '슈퍼 개미'로도 이름을 알렸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의료정보 솔루션업체인 비트컴퓨터 주식을 사들여 수십억 원의 수익을 거뒀고 2007년 휴젤 주식 1억3천만 원어치 매수했는데 주가가 오르면서 한때 그 가치가 1700억 원을 넘기도 했다.
그동안 의료사업 및 투자자로 활동하면서 김 회장이 보유한 자산규모는 이미 수천억 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BK메디컬그룹의 거점인 싱가포르가 한국과 중국 등 다른 아시아국가와 비교해 가상화폐 공개와 관련된 규제 수위가 낮다는 점도 김 회장의 블록체인 및 가상화폐 사업 추진에 우호적 환경이다.
김 회장은 ICO플랫폼을 통해 일종의 협동조합 형태의 경영체제를 확립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휴젤 지분 3.15%를 보유한 3대주주지만 2017년에 그의 의결권을 최대주주인 배인케피탈에 위임했고 올해 2월 금융전문 시스템통합(SI)기업인 '핑거'에 8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확보한 의결권도 모두 박민수 핑거 대표에게 위임했다.
이번에 인수하는 빗썸 역시 경영권 지분을 확보했지만 현재 경영진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