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현대자동차그룹과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협상을 앞두고 기선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복합할부금융상품의 신용공여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원 사장은 신용공여 기간을 30일로 늘린 상품을 출시해 현대자동차의 명분을 약화하려 한다.
삼성카드는 현대카드에 이어 복합할부금융 시장점유율 2위에 오른 기업이다. 이 때문에 삼성카드의 대응에 따라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기준이 새롭게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 삼성카드와 현대차,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맞상대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삼성카드에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협상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곧 보낸다. 삼성카드는 현대자동차와 맺은 복합할부금융 계약이 3월18일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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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
복합할부금융은 소비자가 자동차를 살 때 대리점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카드회사가 캐피탈회사에게 결제대금채권을 넘기는 것을 가리킨다. 캐피탈회사는 자동차회사에 대금을 대신 낸 뒤 소비자에게 매달 할부대금을 받는다.
카드회사는 이 과정에서 자동차회사에게 취급수수료를 받아 일부를 소비자에게 돌려준다. 소비자는 캐피탈회사만 이용하는 일반적 할부구매보다 더 낮은 금리로 할부금을 내며 약간의 대금도 돌려받는다.
삼성카드는 고객이 삼성카드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복합할부금융으로 자동차를 살 경우 전체 대금의 1.9%를 수수료로 받는다.
현대자동차는 이 상품의 수수료율을 체크카드를 사용했을 때 받는 1.3%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카드는 1.5%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는 현대자동차와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협상에 실패해 가맹점 계약이 해지될 경우 수익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삼성카드는 2013년 기준으로 1조3천억 원의 복합할부금융을 취급했다.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28.2%로 현대카드에 이어 2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카드는 다른 카드회사들보다 전체 매출에서 복합할부금융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현대자동차와 수수료율 협상에서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원기찬, ‘신용공여기간 30일’ 신상품으로 공세
삼성카드는 현대자동차의 수수료율 인하 요구에 맞서 복합할부금융의 신용공여 기간을 1개월로 늘린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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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원기찬 사장도 지난달 “새로운 방식의 복합할부금융상품을 내놓아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카드는 현재 복합할부금융상품을 다루는 캐피탈회사 7개 가운데 메리츠, BS, KDB캐피탈과 신용공여기간을 일반 신용카드처럼 30일로 늘린 상품을 내놓는 데 구두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 하나, JB, KB캐피탈과 상품출시를 협의하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현재 캐피탈회사들과 새 복합할부금융상품을 내놓는 데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며 “신용공여기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리스크 비용을 나누는 문제 등 타협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복합할부금융이 일반적 신용카드와 달리 신용공여기간이 1~3일 수준으로 짧기 때문에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카드는 신용공여기간을 늘린 복합할부금융상품을 출시하면 수수료율 인하 명분이 약해진다고 보고 있다.
신용공여기간은 고객이 카드로 물건을 사거나 현금서비스를 받은 날부터 대금을 내거나 돈을 갚을 때까지 기간이다. 신용공여기간이 길수록 카드회사가 대금을 떼일 확률이 높다. 체크카드는 신용공여기간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수료율이 신용카드보다 낮다.
삼성카드는 최근 쌍용차와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기존보다 0.2%포인트 낮은 1.7%로 합의한 점을 들어 현대차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수수료 계약을 새로 맺을 경우 지난 15일 논의를 시작한 기아차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관계자는 삼성카드의 새 복합할부금융상품 출시 준비에 관해 “신용공여기간을 1개월로 늘린 상품이 나오더라도 수수료율을 체크카드와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KB국민카드와 협상 끝에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인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비씨카드는 가맹점 계약을 유지하는 대신 현대자동차의 복합할부금융상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