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균의 묘수, 삼성전자 루프페이로 애플페이 따라잡나  
▲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루프페이’를 인수하며 모바일결제시장에 뛰어든 데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루프페이를 앞세워 라이벌 애플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애플은 ‘애플페이’를 통해 모바일결제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애플페이가 보안성이나 성장성 측면에서 앞선다는 평가와 함께 삼성전자의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루프페이 인수에 대해 반응은 “긍정적”

삼성전자가 미국 모바일결제 솔루션 스타트업인 루프페이를 인수하기로 한 데 대해 국내 증권사들은 적절한 결정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3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루프페이 인수는 갤럭시S6 판매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삼성월렛은 NFC(근거리 무선통신) 결제 단말기의 보급이 더뎠던 탓에 대중화하지 못했다”며 “루프페이는 기존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삼성전자의 모바일 커머스 경쟁력이 강화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IBK투자증권도 삼성전자의 이번 인수를 초기 모바일결제시장 경쟁을 위한 적절한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루프페이가 가진 ‘범용성’에 주목하며 삼성전자가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애플을 제칠 수도 있다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마이클 에번스 선임 연구원은 “루프페이는 기존 유통업체들에 결제 단말기 업그레이드를 강요하지 않는다”며 “삼성전자는 애플페이에 대해 강점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홍콩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닐 샤 연구원은 이번 인수가 삼성전자의 전략상 커다란 발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닐 샤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업체로 변화할 수 있다면 ‘삼성페이(가칭)’는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독립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애플페이 추월하려면 약점 보완 필요해

하지만 모바일결제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쉽게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유의형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루프페이 인수는 애플을 추격하기 위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의 일환”이라며 “애플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기보다 기존 결제 생태계와 단말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유의형 연구원은 애플페이에 적용된 NFC 기술이 루프페이의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기술보다 향후 활용성이나 확장성, 보안성면에서 더욱 유용하다고 지적했다.

루프페이가 활용하는 마그네틱 기술은 IC 방식보다 복제가 쉽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어 국내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현금인출기(ATM)에서 마그네틱 카드를 이용한 현금서비스가 당장 다음달부터 중단된다. 금융당국은 내년까지 마그네틱 카드를 IC카드로 대체해 모든 결제를 IC카드로 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해외상황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카드 가맹점 대부분은 마그네틱 카드가 아닌 IC카드를 지원한다. 마그네틱 카드 결제 단말기 보급률이 90% 이상인 미국도 최근 보안문제를 의식해 IC카드로 전환을 강화하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루프페이는 분명 매력적 기술이지만 애플페이보다 사용자 편의성이 떨어진다”며 “애플페이는 지문 스캔과 NFC 기술만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반면 루프페이는 앱을 터치하거나 물리적 버튼을 눌러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승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디자인 파워나 모바일 및 반도체 신기술과 결합해 좀더 진일보한 형태의 삼성페이 기술을 완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종균의 묘수, 삼성전자 루프페이로 애플페이 따라잡나  
▲ 루프페이는 루프페이 카드가 탑재된 전용 케이스를 스마트폰에 장착한 뒤 결제 단말기에 갖다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사진=루프페이 홈페이지>

◆ 루프페이 결제는 어떻게 이뤄지나


루프페이는 2012년 미국에서 설립된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로 조지 월너와 중국계 미국인인 윌 그레일린이 공동으로 창업했다.

루프페이는 신용카드를 스마트폰에 등록해 편리하게 결제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기술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루프페이는 이미 미국 내 1천만 개 이상의 가맹점을 확보했고 사용 가능한 카드와 결제 단말기 종류도 1만 가지 이상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가맹점 수 22만여 개에 불과한 애플페이보다 활용범위가 넓다는 것이 루프페이의 주장이다.

스마트폰에서 루프페이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케이스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에 카드 스와이퍼를 꽂은 뒤 카드를 스캔해 등록하면 카드정보가 케이스에 장착된 루프페이 카드에 전송된다.

결제하는 방법은 애플페이와 유사하다. 루프페이 카드는 마그네틱 카드처럼 자기장을 발생하는데 스마트폰을 결제 단말기에 대면 결제가 이뤄진다. 다만 결제 단말기에 거의 닿을 정도로 가까이 갖다 대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

루프페이 결제 장비는 카드와 케이스를 포함해 현재 60달러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은 루프페이 기술을 내장하거나 전용 케이스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루프페이를 탑재할 것이 유력하다.

삼성전자의 참전으로 모바일결제시장 패권을 놓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글로벌 모바일결제시장 규모가 올해 4311억 달러로 예상되고 2017년 721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