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남북 경제협력에 따라 경제특구 개발사업 등에서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임기 만료를 6개월 앞두고 있지만 남북경협 이후 토지주택공사의 내일을 위해 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박상우, 남북경협에서 토지주택공사 역할 위해 준비 분주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2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북한이 남북경협에 따라 신의주, 황금평·위화도, 나선 등 경제특구 개발을 본격화하면 토지주택공사의 역할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북한 개방 모델은 과거 개성공단 개발 과정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며 “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이 토지를 조성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지주택공사는 과거 개성공단 개발 과정에서 약 7천억 원을 들여 100만 평의 나대지를 공단부지로 바꾸는 토지정비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앞으로 남북경협이 본격화해 개성공단 잔여부지 700만 평 개발, 개성시가지 1200만 평 확장,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 등의 사업이 진행되면 토지주택공사가 또다시 토지정비사업을 맡을 수 있다.

토지주택공사의 전신인 한국토지공사는 남북경협에서 중요성을 인정받아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 당시 한국전력공사, 한국철도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와 함께 특별수행단에 포함됐다.

토지주택공사는 상황에 따라 남북경협에서 토지정비에 더해 다른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남북경협에서 토지주택공사의 역할을 사실상 주택과 토지 관련 사업 전 분야로 넓히는 내용을 담은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은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경제협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현행법은 토지주택공사가 제한된 범위의 남북 경협사업만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토지주택공사의 남북 경협사업 범위를 넓혀 탄력적 사업 수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은 현재 남북 경협과 관련해 토지주택공사의 역할을 ‘토지 및 도시개발’에 국한하고 있으나 윤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면 ‘주택 임대 및 관리’ ‘주거복지’ ‘토지 관리 수탁’ 등의 사업도 할 수 있어 사실상 주택과 토지 관련 사업에서 제한이 사라진다.

박상우 사장은 남북경협이 본격화하면 토지주택공사의 역할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최근 들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토지주택공사는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통일연구원과 함께 ‘한반도 신경제구상 추진 전략 세미나’,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관석 의원과 함께 ‘한반도 신경제구상 실현을 위한 법제도 개선 토론회’를 잇따라 열었다.

박 사장은 14일 세미나와 18일 토론회에 모두 참석해 남북경협 준비에 열의를 보였다..
 
박상우, 남북경협에서 토지주택공사 역할 위해 준비 분주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앞줄 가운데)이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신경제구상 추진전략 세미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8일 서면으로 대신한 축사를 통해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뜻깊은 날 의미 있는 토론회 자리를 마련해 준 윤관석 의원과 박상우 사장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올해 들어 남북 경협을 준비하기 위해 전략사업본부 아래 있는 남북협력처 조직을 재정비했고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 속도에 따라 조직 및 인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남북협력처는 2009년 토지주택공사 출범 때부터 있던 조직이지만 과거 보수정권 시절 남북관계 후퇴에 따라 조직 및 역할이 크게 줄었다.

박 사장이 남북경협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사업을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사장은 2016년 3월부터 토지주택공사를 이끌어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려면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 해제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박 사장의 역할은 남북 경협을 준비하는 데 그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연임을 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박 사장은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가치 확대 등에 힘쓰면서 6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고 평가를 받는 등 문재인 정부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토지주택공사는 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합쳐져 출범한 뒤 1대 사장을 맡은 이지송 전 사장이 연임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현재는 개성공단 재가동에 초점을 맞춰 준비하고 있다”며 “다른 남북 경협사업들은 구체화한 것이 없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