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적용 확대 부담 커져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왼쪽)과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이겼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서 상여금 700%를통상임금에 적용하기로 하고 설과 추석 상여금 100%의 경우 재판결과에 따르기로 해 이번 판결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권오갑 사장에게 인건비 부담은 더 커졌다. 권 사장은 노조와 마련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에서 추가로 임금을 인상해 주기로 했는데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 부담을 더 안게 됐다.

울산지법 제4민사부는 12일 현대중공업 노동자 10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제기한 상여금 800%(설과 추석 상여금 100% 포함)을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현대미포조선도 노동자 5명도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해 상여금 800%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현대중공업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할 정도에 이른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임금 소급분의 경우 단협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의 지급해야 할 인건비의 부담은 약간 줄어들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판결에 따라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6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중공업은 “재판부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법정수당만을 인정하고 약정수당과 근로기준법을 초과해서 지급하는 금액을 공제해 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이번 판결에 설과 추석 상여금이 고정성과로 간주돼 아쉽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또 "회사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데 대법원에서 제시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신의칙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은 판결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를 결정하기로 했다. 노조는 "노사가 합의한 명목상 통상임금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어느 정도 예상된 판결이어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의 통상임금 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정기상여금 600%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200%의 명절 상여금의 포함은 다시 협상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도 상여금의 통상임금 확대범위에 대해 올해 1분기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