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내 병역 면제 혜택을 받는데 성공했다.
이와 별도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성적에 기대는 선수들의 병역 문제 해결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협회 차원의 해법 찾기에 나섰다.
이를 통해 한국 축구 발전과 협회 신뢰 회복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1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비농 파칸사리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극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승우 선수와 황희찬 선수의 골에 힘입어 2대1로 일본 대표팀을 꺾었다. 손흥민 선수가 두 골 모두 도움을 줬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현장에서 경기를 관전하다 경기가 끝나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 회장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러 온 과제 가운데 하나를 내려놓으면서 한결 부담을 덜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축구경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병역 면제 여부가 달려 있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손 선수는 7월20일 토트넘과 2023년까지 5년 동안 더 뛰기로 계약을 연장했다. 병역이 면제되지 않으면 2019년 7월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국내 팬들은 물론 소속팀과 세계 팬들이 주목한 이유다.
정 회장도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준결승과 결승전을 직접 참관하며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결승전을 치르기 전 대표팀 벤치를 찾아 김학범 감독의 사기를 북돋웠고 경기가 끝난 후 시상식에서 선수 한 명 한 명 손을 잡고 격려했다.
이번 금메달로 손 선수를 비롯해 와일드 카드로 뛰었던 황의조 조현우 선수, 외국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황희찬 이승우 선수 등 대표팀 20명 모두 병역 면제 혜택을 받게 됐다. 이들은 전성기 기량을 수준 높은 리그에서 더욱 갈고 닦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매번 국제대회에서 이런 성적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제대회는 변수도 많은데다 병역 면제 혜택을 놓고 국내외에서 논란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은 구조적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선수들의 병역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대표팀 전체의 경쟁력 문제라고 바라본다. 해외의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아지면 대표팀의 경기력에 보탬이 되는데 병역 문제는 해외 리그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7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선수는 기량이 가장 좋은 전성기가 군 입대와 겹쳐 해외 진출이 어렵다”며 “국가대표 경쟁력은 군 문제와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2012년 런던올림픽,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등을 통해 군 면제를 받은 선수들이 대거 해외에 진출할 수 있었던 점을 들기도 했다.
정 회장은 축구협회가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노력하겠다면서 입대 연령 조절을 당국에 요청하겠다는 뜻도 내놓았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23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을 의무적으로 선발해 군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려는 것이다. 축구협회는 과거에 입대 연령을 늦추는 방안을 모색했는데 오히려 정반대로 문제에 접근했다.
다른 종목과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이런 시도가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지만 축구 종목을 책임지고 있는 정 회장이 문제를 인식하고 앞장서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정 회장은 2013년 제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에 올랐다. 정몽준 전 축구협회장 등 축구에 많은 관심을 이어 온 범현대가답게 축구 발전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회장 취임 이후 각급 대표팀 격려금과 대회 운영비, 지도자 해외 파견비 등에 29억 원을 기부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유소년 축구 활성화 등을 위해 써달라며 40억 원을 내놓았다.
축구협회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낸 데다 이어지는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등에서 혼선을 빚으며 많은 비난을 받았다.
축구협회 수장으로서 정 회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내면서 정 회장의 어깨를 다소 가볍게 해줬다.
정 회장은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축구 팬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기로 했다. 9월20일 대표팀 경기력 강화를 주제로 간담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10월과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공청회 형식의 정책제안 간담회를 진행하려고 한다.
또 9월5일부터 협회 홈페이지(www.kfa.or.kr)를 통해서도 정책제안을 받는다. 이렇게 수렴한 의견은 2019년 1월에 발표할 한국 축구 중장기 사업계획에 반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