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5G통신 아이폰 출시가 2020년 하반기까지 미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통신반도체 등 관련 기술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년 상반기 일제히 5G 스마트폰을 정식 출시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어 5G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보다 앞서 수요를 선점할 좋은 기회를 맞게 됐다.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 부사장. |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8일 “내년 상반기부터 5G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며 성능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4월 중 나란히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한국, 중국 등 주요 스마트폰시장으로 꼽히는 국가의 통신사들은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5G 통신 표준규격 확정과 시범 운영, 통신망 구축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이 시기에 맞춰 5G 통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와 ZTE, 일본 소니도 경쟁에 가세했다.
하지만 정작 세계 최대 프리미엄 스마트폰업체인 애플은 아직 5G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내놓거나 개발 현황을 정식으로 공개한 적이 없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갤럭시노트9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3월에 갤럭시S10과 별도로 새 5G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LG전자는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에서 내년 1분기에 5G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정식으로 발표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소비자 눈길을 끌기 위해 이례적으로 출시 일정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이 다른 주요 경쟁업체와 달리 5G 스마트폰을 놓고 입을 굳게 닫고 있는 것은 실제로 아직 구체적 출시 계획이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외국언론에서 힘을 얻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BGR은 관계자를 인용해 “애플이 5G 아이폰을 내놓는 시기는 일러도 2020년이 될 것”이라며 “아직 5G 통신기술 적용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이 아이폰에 5G 통신을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통신반도체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체 기술로 5G 통신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내년 출시되는 5G 스마트폰에 이를 탑재해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와 소니 등 다른 스마트폰업체는 통신반도체시장에서 선두기업인 퀄컴의 5G 반도체를 스마트폰에 적용해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애플은 지난해부터 퀄컴에 기술 사용료 지급을 거부하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어 거래를 완전히 끊었다. 스마트폰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통신반도체를 공급받는 일도 꺼릴 수밖에 없다.
애플은 인텔과 협력해 5G 통신반도체를 직접 탑재하는 쪽으로 전략을 정했지만 반도체 설계 기술력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가 5G 통신망이 상용화된 세계 주요 시장에서 애플보다 최소한 1년반 정도 앞서 5G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수요를 선점할 중요한 기회를 잡은 셈이다.
애플은 과거 LTE통신이 처음 상용화됐을 때도 최신 통신기술 적용에 소극적이었다.
삼성전자는 2012년 LTE통신 첫 상용화에 맞춰 갤럭시S3 LTE모델을 출시했다. 하지만 애플은 삼성전자보다 1년 이상 늦게 처음 LTE기능을 적용한 아이폰5를 내놓았다.
삼성전자 갤럭시S3 LTE는 결국 큰 성공을 거둬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의 경쟁사로 입지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5G 스마트폰 역시 이전의 LTE 스마트폰과 비교해 인터넷 사용 속도와 콘텐츠 활용성 등에서 큰 차이가 예상되는 만큼 애플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통신사들도 5G 요금제의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5G 스마트폰의 판매에 마케팅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애플이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을 공산도 크다.
하지만 아직 5G 통신과 관련 기술이 완성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애플이 일부러 출시 시기를 늦춘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5G 통신의 속도가 상용화 초반에는 LTE의 1.5배 미만에 불과하고 스마트폰의 전력 소모량도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무리하게 초반부터 출시 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자전문매체 테크타임스는 “애플은 비싼 5G 통신 기술 사용료와 자체 통신반도체의 개발 시기 등을 고려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업체보다 늦게 5G 아이폰을 출시하려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