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 전기차기업 테슬라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애플이 테슬라 출신 기술자를 대거 영입하는 등 그동안 전장부품 등 자동차 관련분야로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보여왔기 때문 위기에 빠진 테슬라의 구원투수로 등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 위기에 빠진 테슬라 지분 매입해 '구원투수'로 등판할까

▲ 팀 쿡 애플 CEO.


24일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애플이 테슬라와 자율주행차 관련사업에서 협력을 추진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포천은 "애플은 자율주행차 기술이, 테슬라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며 "서로가 필요한 것을 갖추고 있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은 수년 전 애플이 비밀리에 자동차 관련사업 진출을 준비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미국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해 컨퍼런스콜에서 애플과 협력 가능성을 질문받자 "아직 애플과 그런 논의를 진행한 적은 없지만 애플은 훌륭한 기업"이라고 호의를 보였다.

팀 쿡 애플 CEO가 다른 대형 기업을 인수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 없다는 태도를 보인 뒤 애플의 테슬라 인수설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최근 머스크 CEO가 테슬라의 상장 철회를 검토중이라고 언급한 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며 애플이 테슬라에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CNBC는 "테슬라의 최근 주가 하락은 팀 쿡 CEO에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며 "전기차 생산 차질로 고전하고 있는 테슬라에 애플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아이폰 생산을 통해 세계를 아우르는 부품 확보망과 양산 노하우 등을 쌓아놓고 있어 테슬라의 전기차 양산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포천에 따르면 테슬라 일부 주주들도 상장 철회 가능성이 나온 뒤 애플과 협력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약 539억 달러(약 60조 원)이다. 애플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2670억 달러(약 299조 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합병에 필요한 자금여력은 충분하다.

CNBC는 애플이 테슬라를 완전히 인수하지 않더라도 5~10%에 이르는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테슬라 전기차에 애플 운영체제를 탑재하는 등의 협력을 추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애플도 자동차 관련사업에 전혀 경험이 없어 독자적 시장 진출에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포천에 따르면 애플은 지금까지 약 46명에 이르는 테슬라 출신 기술 인력을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애플, 위기에 빠진 테슬라 지분 매입해 '구원투수'로 등판할까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테슬라는 머스크 CEO의 리더십에 대한 주주들의 불신과 전기차 양산 차질에 따른 실적 부진, 배터리 확보 악화 등 문제로 여러 차례 경영적 위기를 겪었다.

세계 최대 전자업체인 애플을 협력사로 확보한다면 운영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세계 아이폰 사용자들을 테슬라 전기차의 잠재 고객으로 끌어오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독일 BMW와 벤츠, 일본 토요타와 닛산, 중국 BYD 등 여러 완성차기업에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에 협력하자는 제안을 보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테슬라에는 사업 자금 지원을 앞세워 애플이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낼 공산이 크다.

CNBC는 "팀 쿡 CEO가 머스크 CEO와 손을 잡는 것은 과거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가 팀 쿡을 영입한 것과 비슷한 일이 될 수 있다"며 "머스크 CEO는 애플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