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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백화점이 지난해 4월 개최한 수입 명품 아동복 행사에서 고객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
‘타이니러브 모빌’ ‘피셔프라이스 바운서’ ‘벤츠 전동자동차’ ‘펜디키즈 원피스’.
일반인들에게 생소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백 마디 말이 필요없는 유명한 제품들이다.
우리사회에서 아이는 무엇보다 귀한 존재가 됐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저출산으로 한 가정에 외동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수입 유아용품부터 시작해 명품의류, 게임기와 전자제품까지 아낌없는 혜택을 받는다.
젊은 엄마들은 해외직구나 모바일쇼핑을 통해 수입 유아용품 구매에 나선다. 내 아이에게 명품 원피스를 입혀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백화점들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명품아동복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명품이라면 중고품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놓은 즉시 팔려나간다.
이런 추세는 젊은 엄마들은 물론이고 50~70대 조부모의 소비형태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 늘어나는 ‘골드키즈’는 불황이 없다
백화점들이 ‘골드키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골드키즈란 “내 아이에게만큼은 아낌없이 쓴다”는 부모들 덕분에 값비싼 옷과 장난감으로 둘러쌓인 아이들을 뜻한다.
백화점들은 불황으로 1% 성장에 머물고 있지만 유아복시장은 명품이 오히려 더 크게 성장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지난해 구찌키즈, 폴스미스주니어, 아르마니주니어 등 명품아동복 매출은 23.1% 늘어나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아동복 매출이 전년에 비해 9.2% 늘어난 데 비하면 훨씬 높은 성장세다.
롯데백화점 본점 안에 입점한 버버리코리아는 2011년 이후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줄었는데, 명품아동복 매장인 '버버리칠드런'은 지난해 매출이 18.6%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도 지난해 해외 아동복 매출이 전년보다 21.3%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전체 해외 아동복 매출도 15.7% 증가했다.
특히 명품브랜드 ‘펜디’의 아동판인 ‘펜디키즈’는 현대백화점 본점에서만 월평균 매출 1억 원을 웃돌았다. 펜디 원피스가 400만 원 이상의 고가인 데 비해 펜디키즈 원피스는 50~80만 원대라 상대적으로 접근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8월 명품 다운점퍼 브랜드 1위인 ‘몽클레르’의 아동판인 ‘몽클레르앙팡’이 입점하자마자 월매출 3억5천만 원을 찍었다.
◆ 조부모 매출 늘고, 중고 명품 유아용품 거래 확산
엄마들뿐 아니라 조부모도 골드키즈를 위해 지갑을 열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조부모들이 엄마 대신 아이를 키워주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손주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50~70대 조부모 잡기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6일부터 17일까지 ‘손주의 날 페스티벌’을 진행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이 이런 행사를 여는 것은 조부모들이 유아용품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유아용품 연령별 매출을 살펴보면 30대보다 50~70대 고객의 구매금액이 60%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용품을 연간 100만 원 이상 구매하는 50~70대 고객도 지난해 1만 명으로 3년 사이 20% 이상 늘었다.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부모는 물론 외조부모, 삼촌, 이모, 고모 등 전 가족이 아이 한 명을 위해 선물용 유아용품을 사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값비싼 제품을 사주고 싶은 마음은 중고시장까지 퍼지고 있다.
맥클라렌, 스토케, 퀴니 등 해외명품 유모차 제품들은 중고 온라인시장에서 반값도 안 되는 가격인 30~50만 원 상당에 거래된다.
명품 유아용품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G마켓은 2013년 중고 명품 유아용품 판매량이 전년에 비해 25% 이상 증가했다. 또 최근 들어 ‘얼라마켓’ 등 유아용품 중고장터 앱이 생겨나면서 명품 유아용품 중고거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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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객들이 '제19회 맘앤베이비엑스포'가 개막한 지난달 29일 입장을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
◆ 엄마들은 왜 모바일쇼핑을 좋아할까
30~40대 젊은 엄마들은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엄지족’으로 변신하고 있다.
젊은 엄마들은 남성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듯이 모바일쇼핑을 한다. 이들은 품질과 가격에 민감하지만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
모바일쇼핑은 쉽고 간편하기 때문에 육아와 집안일을 챙기면서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오프라인에서 사는 것과 질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다. 가끔 특가로 할인행사를 하는 경우 친한 엄마들끼리 정보를 공유해 공동구매에 성공하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주부들은 자녀 등교나 남편 출근 직후에, 워킹맘은 회사 점심시간을 활용해 쇼핑하고 있다. G마켓의 모바일쇼핑 매출 분석 결과 30~40대 여성이 모바일쇼핑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2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엄마들의 모바일쇼핑 매출 비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픈마켓 ‘11번가’는 지난달 출산유아용품 매출 가운데 모바일 비중이 전체의 69%를 차지했다. 이는 2013년 출산유아용품 모바일 비중 30%를 두 배나 넘어선 수치다.
11번가 관계자는 “기저귀, 물티슈, 분유와 같은 생활형 유아용품은 물론 출산준비물과 임부용품까지 모바일을 통해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오픈마켓 ‘옥션’도 2014년 쇼핑 키워드로 ‘SNS 맘’을 선정했다. SNS 맘이란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엄마고객을 의미한다.
옥션의 ‘올킬’ 코너 구매자는 모바일로 유아용품을 쇼핑하는 30대 여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올킬 코너 구매자의 72%인 여성고객 가운데 30대가 45%에 이르렀다. 이들이 선호한 상품군 1위는 유아용품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엄마들이 모바일쇼핑을 하면서 ‘호갱(속이기 쉬운 고객)’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아용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쇼핑에서 성인 대상 상품은 중저가제품을 우선적으로 편성하지만 유아용품은 오히려 가격이 높아야 잘 팔린다”며 “일부업체들은 자신의 아이가 최고제품만 사용하길 원하는 부모들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