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대신 이세중과 신명호가 추락한 부영그룹 신뢰 회복할까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부영그룹이 흔들리는 기업의 위상을 바로잡기 위한 카드를 꺼냈다. 부실 시공과 임대료 폭리 등 부영그룹을 향한 비판에 대책을 내놓았다.

부영그룹은 총수인 이중근 회장이 재판을 받는 등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데 이세중 신명호 회장 직무대행체제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부영그룹, 부실 시공 임대료 폭리 논란에 응답하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영그룹이 최근 내놓은 상생안은 윤리경영을 통해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부영그룹은 16일 하자와 부실 시공을 없애기 위해 비상점검단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2016년 제주 서귀포와 2017년 경기 화성 등 부영그룹이 시공한 아파트에서 하자가 발생하면서 입주민들의 불만이 다수 제기됐다.

그러자 경기도가 도내 부영그룹 시공 아파트를 특별점검했고 국토교통부도 전국 부영아파트의 특별점검을 통해 164건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벌점 30점에 3개월 영업정지 처분도 받았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영그룹을 겨냥해 부실 시공사의 선분양을 제한하는 ‘부영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은 국회를 통과해 9월 중순부터 건설기술진흥법의 벌점이 1.0 이상인 업체는 2년 동안 선분양이 제한된다.

이처럼 부영그룹을 향한 정치사회적 압력이 가중됨에 따라 부영그룹은 자체적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부영그룹은 또 1년 동안 임대 보증금과 임대료를 동결하기로 했다. 120여 곳의 임대주택에서 9만3천여 세대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역시 그동안 부영그룹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이 뭇매를 맞았던 것을 의식한 조처다. 부영그룹은 그동안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매년 법정 상한선인 5%씩 올려와 눈총을 받았다. 

이에 전주 등 25개 지자체가 부영 임대료 인상을 비판하며 공동 대응에 나서는 등 반발이 확산됐다. 결국 7월 국회에서 임대료 증액 기준을 구체화하고 지자체장이 임대료 인상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하는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부영그룹은 이 외에도 고객과 지역사회, 협력사들이 상생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 직무대행체제, 부영 다시 세우기 시동

이번 조치는 부영그룹이 사상 처음으로 회장 직무대행체제를 꾸려가고 있는 중에 나온 신뢰 회복방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현재 부영그룹은 이중근 회장이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2월 구속됐다가 7월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여전히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중근 대신 이세중과 신명호가 추락한 부영그룹 신뢰 회복할까

▲ 이세중·신명호 부영그룹 회장 직무대행.


이에 따라 부영그룹은 이중근 회장을 대신해 투톱 직무대행체제를 내세웠다.

실추된 기업의 위상을 회복하고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부영의 고민과 과제를 여실히 드러내는 인선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세중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신명호 전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가 부영그룹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데 두 사람 모두 오랜 경력의 전문가들이다.

이세중 직무대행은 민청학련사건 등 민주화운동 변론과 경실련과 환경재단 등 시민사회 활동을 해왔는데 부영그룹에서 법규와 감사 등 법무를 총괄한다. 

신명호 직무대행은 재무부 차관보 출신으로 주택은행장과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를 역임했는데 부영그룹에서 기획관리, 영업, 재무 등 경영을 총괄한다.

두 사람은 과거 노무현 정부와도 접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영그룹에 불어닥친 거센 사정 바람의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 직무대행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 산하 교육정보화위원장, 광복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 등을 지냈고 산업부가 설립한 에너지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신 직무대행은 노무현 정부 경제부총리였던 이헌재 전 부총리와 경기고 동기로 이 전 부총리의 후임 부총리로 거명되기도 했다.

이 회장의 경영비리 재판과 국회·정부의 임대주택사업 규제 외에도 부영그룹은 지난달 이 회장의 차명주식 허위 신고로 벌금형을 받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 기업 성장 이끈 오너 부재 상황에서 실적 반등도 필요

신뢰 회복 뿐 아니라 실적 개선 역시 부영그룹에게 절실하다. 임대주택사업을 통해 급격하게 사세를 불려온 부영그룹에 최근 역성장의 그늘이 드리웠기 때문이다.

부영주택은 올해 발표된 종합건설사 시공능력 평가에서 1조3800억 원의 시공능력 평가액을 인정받아 26위에 올랐다.

부영주택은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에서 3조6700억 원의 평가액으로 12위였는데 올해 순위는 14계단이나 하락했고 평가액은 3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상위 50개 건설사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시공능력 평가 요소 가운데 공사실적 평가액은 지난해 1조700억 원에서 올해 1조1천억 원으로 소폭 늘었다. 하지만 경영 평가액이 지난해 2조3600억 원에서 올해는 0원으로 평가된 점이 순위 하락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경영 평가액은 실질 자본금에 경영평점을 곱한 금액에 80%를 적용해 산정한다. 경영평점에는 차입금 의존도와 이자보상 비율, 자기자본 비율 등 회계상 지표가 반영된다.

부영주택은 지난해 매출 89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또 영업손실 1555억 원과 순손실 2343억 원을 내 6년 만에 적자를 보이면서 회계지표의 악화를 피할 수 없었다.

부영그룹은 재무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2017년 4380억 원에 매입한 옛 삼성화재 을지로빌딩을 1년 만에 매각하려고 한다. 8월 말 매각 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