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가 2015년 8월 선보인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가 출시 3년 만에 NHN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주력사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13일 NHN엔터테인먼트 등에 따르면 NHN엔터테인먼트가 2분기 게임으로 거둔 매출(985억 원)은 전체매출(3252억 원)의 30% 수준에 그쳤다.
반면 ‘늦둥이’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의 거래액은 2분기에만 1조1천억 원, 누적 거래액은 2조5천억 원을 넘어서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주력 사업이자 자회사 NHN페이코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페이코는 페이코 앱을 통해 결제와 계좌 조회, 송금 등 은행업무 등을 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삼성페이와 달리 카드를 등록하지 않아도 계좌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다.
페이코는 앞으로도 NHN엔터테인먼트에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코는 그동안 마그네틱보안전송(MST)을 할 수 없다는 점이 취약점으로 꼽혔는데 13일부터 삼성페이와 제휴를 통해 이를 보완하게 됐다. 소셜커머스, 종합쇼핑몰, 항공, 여행, 영화, 게임 등에서 10만여 개의 온라인 가맹점과 14만여 개의 오프라인 가맹점을 두고 있다는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간편결제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1분기 간편결제 이용 건수와 금액은 각각 309만 건과 1천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16.1%, 10.4%씩 성장했다.
페이코의 접점이 금융 서비스와 맞닿아있어 앞으로 정 대표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여당이 최근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검토함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이 성장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계속해서 게임 밖에서 NHN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찾고 있다. 2014년 온라인 광고대행사 ‘NHN애드’를 세우고 광고업에, 2018년 3월에는 NHN에듀를 설립하고 교육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밖에도 자회사 NHN벅스를 통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NHN한국사이버결제에서 결제 서비스 등을 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웹툰 플랫폼 '코미코' 사업을 하는 NHN재팬과 미국에서 패션사업을 운영하는 NHN글로벌 등도 모두 NHN엔터테인먼트의 영토에 포함된다.
반면 게임사업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캐주얼게임을 주력으로 하는데 이 게임들의 특성상 높은 매출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크루세이더퀘스트’ ‘갓오브하이스쿨’ 등 모바일게임은 흥행에 성공했지만 13일 기준 구글 앱장터에서 매출로는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있다.
이런 상황에서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국내 게임들이 자본력과 개발 역량을 앞세워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MMORPG) 모바일게임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최근에는 중국 회사들도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게임 맞고, 한게임 포커 등 NHN엔터테인먼트의 웹보드게임이 정부의 규제에 묶여있다는 어려움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년까지 웹보드게임의 한 달 결제 한도가 50만 원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규제를 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게임매출은 2013년만 해도 2539억 원이었는데 2014년 웹보드게임 규제가 시행된 뒤 2015년 매출이 834억 원으로 줄었다. NHN엔터테인먼트가 게임회사로 출발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NHN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NHN에서 한게임이 분사하면서 설립됐다. 2013년 말만 해도 NHN엔터테인먼트의 매출에서 PC온라인과 모바일 등 게임 매출이 전체 매출의 거의 99%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4년 1월 정 대표의 취임한 뒤부터 NHN엔터테인먼트의 ‘탈게임화’에 속도가 붙어 올해 2분기에는 게임 매출 비중이 30%를 넘지 않게 됐다.
“자율과 창의를 보장하는 조직의 힘을 믿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니 이 자리에까지 왔다.” 정 대표는 NHN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지 14년 만에 대표이사를 맡은 비결이라며 이런 말을 했다.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율과 창의를 중시하는 정 대표가 게임업체였던 NHN엔터테인먼트를 만화, 음악, 광고, 금융 그리고 패션에 이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는 셈이다.
정 대표는 1975년 태어나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검색기술회사 서치솔루션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했고 2001년 NHN에 합류했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입사 뒤 14년 만인 2014년 2월 NHN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