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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 서울 63시티에서 자본시장발전협의회가 개최한 2015 금융투자인대회에 참석한 증권회사 CEO와 금융당국 관계자 등 1천여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
증권회사들이 장기간 불황에서 벗어날 길을 찾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국내 증권회사들은 그동안 주식거래를 대신 해준 뒤 수수료를 받는 위탁매매방식을 통해 돈을 벌어왔다. 그러나 불황으로 주식시장 거래량이 줄어들자 수익이 크게 줄었다.
증권회사들은 증권업계의 목소리가 정부의 금융정책에 잘 반영되지 않는 것도 증권업 불황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은다. 규제완화 등 제도적 지원에서 뒷전으로 밀리다 보니 수익원을 다각화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증권회사들은 올해도 전망이 어둡다고 본다. 그래서 수익원을 찾는 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형 증권회사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 위탁판매 줄고 구조조정으로 인력 떠나는 악순환
증권회사들은 2년 동안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증권회사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익 가운데 41.7%를 위탁판매수수료에 의존한다. 이 상태에서 주식시장 전체 거래량이 줄어들고 수수료율도 낮아지자 실적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1일 주식거래량은 평균 6억5천만 주 수준이다. 3년 전 12억 주였던 것과 비교하면 주식거래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증권회사들이 줄어든 고객을 더 많이 끌기 위해 위탁판매수수료율을 경쟁적으로 내리면서 수익성은 더욱 약화했다. 증권업계 전반의 위탁판매수수료율은 현재 0.087%다. 2011년 0.099%에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증권회사가 비용절감을 위해 실시한 구조조정이 오히려 장기적 성장동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임직원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약 3만7천 명이었다. 2013년 같은 기간의 4만1천 명보다 10% 이상 줄었다.
특히 증권회사들은 리서치센터 연구원 등 애널리스트 수를 크게 줄였다.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약 1100명이 근무하고 있다. 2010년 이후 가장 적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회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 회사별로 구조조정을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조조정이 당장의 비용은 절감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증권회사의 수익창출능력을 떨어뜨려 불황이 지속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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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기 신임 금융투자협회 회장 <뉴시스> |
◆ 증권회사들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을 뽑은 이유
금융당국은 증권산업의 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증시 활성화 대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증권회사들은 규제완화가 원했던 만큼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증권업계가 은행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정부의 금융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밀린다고 볼멘 소리도 한다.
증권회사들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내놓은 상장 활성화와 자본시장 규제완화 등이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거래량을 늘릴 수 있으나 장기적 효과가 부족하다고 강조한다.
증권회사들은 특히 주식거래에 물리는 세금인 거래세를 인하하길 바랐으나 지난해 11월 발표된 주식시장 발전방안에 이 사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황영기 신임 금융투자협회장의 당선도 이런 증권회사의 불만이 반영됐다. 그는 당선 뒤 “금융투자업계가 처한 현실을 타파하려면 대외협상력을 지닌 후보가 필요하다고 했던 전략이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거래세 인하를 포함해 증권업계의 이해사안들 가운데 금융정책을 통해 현실화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금융지주회사 회장 출신의 거물급 인사인 황 회장이 정관계 인맥을 살려 증권업계의 목소리를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길 바라는 회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도 지난달 28일 한 인터뷰에서 “황 회장은 금융지주회사부터 증권까지 금융계 전반의 경험과 식견이 풍부하다”며 “은행을 중심으로 치우쳐진 금융권의 불균형에 대해 증권업계의 의견을 금융당국에 잘 전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올해도 증권업계 전망 어둡다
증권회사들은 지난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구조조정과 지분매각 등을 통해 전반적 수익성을 어느 정도 개선했다. 그러나 증권회사들은 올해도 여전히 전망이 밝지 않다고 우려한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0일 “올해 증권업계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3.5% 떨어질 것”이라며 “증권주 전체가 시장수익률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기 힘들다”고 봤다.
삼성증권은 대형 증권회사들이 지난해 실적이 개선된 것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하락으로 보유채권의 평가이익이 높아진 부분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비용절감 효과도 지난해 주가에 모두 나타났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낮고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 효과도 지난해만큼 강하게 나타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회사 3사도 지난달 초 올해 증권업계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저금리와 저성장 추세로 국내기업들의 실적이 떨어지면서 증시가 계속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증권회사들은 위탁매매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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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
◆ 불황 풀어나갈 열쇠는 자산관리
증권회사들은 증권시장에서 그나마 가장 성장세가 빠른 자산관리(WM) 시장에 속속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자산관리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9.3%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증권회사들의 평균 자산관리 수수료수익은 4조 원까지 늘었다. 2007년 1조 원의 4배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고객들이 증권과 은행의 자산관리서비스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대형 복합점포를 만들었다. 개인고객 자산관리부문의 상품을 CEO가 직접 총괄하고 자산운용 자문서비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투자전략센터를 CEO 직속에 만들었다. 자산종합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고객자산운용과 상품전략으로 나눠져 있던 담당부서도 합쳤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신한은행과 함께 복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던 개인자산관리(PWM)센터를 현재 25개에서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많은 증권회사들이 위탁매매수수료에 의존하던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 고객수익률 위주의 자산관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복합점포 규제가 완화하고 종합적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더욱 자산관리부문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올해 증권회사 인수합병 큰장 설까
중소형 증권회사들은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로 불황을 헤쳐 나가려고 한다. 현재 리딩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등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중위권 증권회사들은 이미 인수합병을 통한 통합작업을 시작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금융위원회에게 아이엠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오는 5월 아이엠투자증권과 통합법인을 출범한다.
KB투자증권도 KB금융지주가 LIG손해보험을 인수하게 되면서 함께 사온 LIG투자증권과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KB금융은 LIG투자증권을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내놓고 대우증권이라는 거물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29일 정부의 공공기관 지정에서 풀려난 것도 인수합병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한국거래소는 장기적으로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중소형 증권회사들도 현재 각 회사마다 평균 3%씩 보유한 한국거래소 지분을 팔아 인수합병에 동원할 자금을 만들 여력이 생긴다. 한국거래소 지분 3%는 약 800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증권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기준이 개정되면서 중소형 증권회사들이 서로 합병해 자기자본을 늘리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보유한 한국거래소 지분가치가 시가총액보다 높은 증권회사도 있는 만큼 인수합병시장이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