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개정안에 증세방안 많이 빠져 세수확보 '구멍' 우려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2018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18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이전부터 거론되던 증세방안들이 빠져 사회 안전망 등 늘어나는 조세 지출과 비교해 세수를 확보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와 관련한 세제 개편도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면서 이번 개정안에 들어가지 않은 내용들도 적지 않았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8년 세법 개정안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방안은 제외됐다.

재정개혁특위는 3일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2천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낮추는 내용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세수 효과를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권고안에 따른 과세 대상자는 9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금융소득 종합과세 확대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결국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안은 세법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재정개혁특위가 권고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가운데 별도합산토지에 적용되는 세율을 높이라는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별도합산토지 대부분이 상가와 공장 등 생산 활동에 관련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소득세 면세자 비중 축소방안 역시 세법 개정안에서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14년 기준 48.1%로 주요국 대비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야당 등 일각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국민개세주의 원칙을 들어 면세자 비중 축소를 주장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과세 기준은 그대로인데 소득이 올라 면세자 비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며 인위적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올해 초 크게 논란이 일었던 가상화폐 과세 방안도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빠졌다. 지난해 9월부터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를 운영해 온 만큼 올해 세법 개정안에 과세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고 차관은 “가상통화와 관련해 국무조정실에서 TF를 운영하며 여러 가지를 검토하는 단계”라며 “다른 나라도 성격 규명 등을 연구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계속 연구하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맥주업계에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 맥주세 개편도 제외됐다. 조세재정연구원에서 종가세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주세 개편안을 마련해 공청회까지 열었으나 최종 불발됐다.

김동연 부총리는 18일 이와 관련해 “종량세 전환은 조세 형평과 함께 소비자 후생도 봐야 한다”고 말해 세 부담을 늘리는데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공항 출국장에만 설치된 면세점을 입국장에도 허용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검토하기는 했으나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정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입법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국회 논의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회에는 의원 입법 형태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별도합산토지 과세 강화, 소득세 면세자 축소 등 앞서 거론된 대부분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정치권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국회를 통과할 때는 이런 내용들이 담길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