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를 명차반열에 올리고 싶은 정몽구  
▲ 직접 현장을 찾아 품질 점검을 하는 정몽구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항상 ‘품질경영’을 외친다. 최고의 품질을 바탕으로 현대차 브랜드 위상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정 회장의 품질 강조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최근 들어 정 회장의 품질에 대한 말이 더욱 늘었다. 공식석상에 나타날 때마다 빼놓지 않는다. 이제 현대차의 품질이 세계 수준에 올랐다고 자부하면서도 왜 품질을 강조하는 정 회장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갈까.

◆ 정몽구 품질로 승부수 건다

정 회장은 16일 해외법인장회의에서 “해외에서 품질경쟁력과 차별화 된 고객서비스로 성장세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정 회장은 지난 10월에도 유럽 생산법인 순방에서 해외 임직원들에게 “품질 고급화로 브랜드 신뢰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11월에는 품질 논란에 대한 문책으로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을 경질했다. 자진사의라고 발표했으나, 회사 전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정 회장의 조치로 알려졌다. 권 사장이 정 회장의 고등학교 후배이고 연구개발 부문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는 인사였다. 이후 정 회장은 남양연구소에 정식 집무실을 마련했다. 품질과 기술력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뜻이었다.


정 회장이 최근 품질에 더욱 목을 매고 있다. 여기서 현대차가 품질 경쟁에서 뒤처지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가 글로벌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도 내수와 해외 시장 모두 판매량이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이 원하는 품질을 바탕으로 한 프리미엄 브랜드 도약은 현대차의 중요한 승부수다.

◆ 싸구려차 인식은 극복했지만...

정 회장이 세계 최고의 품질을 원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1999년 3월 10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취임사에서 “현대자동차를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발전시키겠다”며 “기술수준을 높여 국제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정 회장의 목표는 현대차가 세계적인 명차 반열에 올라서는 것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싸구려차라는 인식을 벗어버리지 못했다. 기아차 인수 이후 현대차가 세계판매량 5위권의 큰 회사로 성장했음에도 해외 소비자들은 현대차를 중저가 브랜드로 여겼다. 가격은 저렴한지 몰라도 품질에서 유럽이나 일본차를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품질 테스트 결과 도요타나 벤츠를 앞지르기도 했으나 소비자들의 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정 회장은 이런 편견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일화가 있다. 정 회장이 2000년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인 남양연구소를 둘러보다가 레드카펫을 연구소에 깔아주라는 지시를 내렸다. 영화제 때 배우들이 밟는 레드카펫을 말한 것이다. 자동차의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원들이 회사의 주역이라는 생각을 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라는 뜻이었다. 그만큼 정 회장은 최고의 기술 개발로 차의 품질을 높이는데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지난 달 신형 제네시스 발표회에서 정 회장은 “세계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해 한국 자동차의 위상을 높여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처음 제네시스가 발표될 때도 “제네시스는 유럽 최고의 업체들이 주도하는 세계 고급차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현대자동차의 의지를 담고 있다”며 고급화 전략을 펼쳤다. 이것들 모두 정 회장이 현대차의 이미지를 바꾸고 글로벌 위상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려주는 예이다.

◆ 현대차 명차 반열에 오를 수 있나

그러나 여전히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쉽지 않다. 정 회장이 그토록 강조하는 품질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미국에서 브레이크등과 에어백 결함으로 사상최대 규모인 187만대 리콜을 실시한 것이 대표적 예이다. 국내에서도 산타페 누수 현상, 에어백 미전개 등 결함이 계속 발견돼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현대는 지금 큰 위기에 처해있다. 정 회장이 품질을 강조하면 할수록 위기가 두드러져 보인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현대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하지 않는다. 십년이 넘게 품질경영을 외쳤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정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더욱 절박하게 품질을 부르짖는 정 회장의 노력이 현대차를 세계 명차들 반열에 당당히 올려놓을 수 있을까. 현대차가 품질논란을 극복하고 최고의 브랜드로 대접받기까지 아직은 길이 멀어 보인다.